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광주/전남]순천시 소외계층 돌봄사업 순항 “행복동은 촘촘해요”

입력 | 2014-08-18 03:00:00

복지사-주치의-변호사 등 연결 “사회안전망, 전국서 가장 탄탄”
2016년까지 시내 전지역에 확대




전남 순천시 풍덕동에 사는 이모 씨(67)는 알코올 의존증과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이 씨는 올 3월경 입원해 있던 병원에서 난폭한 행동을 해 퇴원 조치됐다. 그는 홀로 집에 있으면서 병원 치료도 거부하며 살았다. 이 씨는 이웃들과 이야기하길 꺼렸고 청소도 하지 않아 냄새가 났다. 이웃들은 이 씨 집에서 불이라도 나면 어쩌나 하는 고민을 했다.

사회복지사 오채인 씨(47·여) 등은 올 4월 이 씨의 사연을 알고 설득에 나섰다. 이 씨는 처음에는 현관문도 열어주지 않았다. 하지만 4개월 동안 계속된 설득에 입원 치료를 결심했다. 오 씨 등의 꾸준한 설득에 이 씨의 마음이 돌아선 것이다. 이달 10일경 오 씨 등은 이 씨가 전남 화순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이 씨 같은 소외계층이 효과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순천시가 풍덕동을 행복동으로 처음 지정했기 때문이다. 행복동은 지역 주민들과 전문 인력들이 함께 동네 소외계층을 돌봐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사업 이름이다. 박정숙 순천시 행복돌봄과장은 “행복동은 서울 송파구 세 모녀 사건 이후 소외계층에게 제공되는 가장 촘촘한 사회안전망”이라고 말했다.

행복동에서 소외계층을 챙기는 돌봄 전문 인력은 방문간호사 2명, 사회복지사(통합사례관리사) 2명, 동네 주치의 1명, 마을변호사 1명, 손재주에 능한 노인(실버 맥가이버) 1명, 고용일자리 상담사 1명이다.

풍덕동 돌봄 핵심 인력은 올 3월부터 지금까지 700여 건의 생활민원을 처리했다. 방문간호사와 사회복지사는 소외계층의 혈압, 당뇨 등 건강 체크는 물론이고 속내를 털어놓는 상대가 돼주기도 한다. 또 소외계층이나 홀로 사는 노인이 겪는 생활 속 불편, 전기 수도 등을 수리해주는 것을 실버 맥가이버가 맡는다.

자원봉사자인 동네 주치의는 몸이 아픈 주민들을 큰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동네 변호사는 소외계층이 겪는 각종 법률적 분쟁을 상담해주고 해결 방안을 찾아 준다. 고용일자리 상담사는 1주일에 한 번씩 주민들에게 일자리 상담을 해주고 있다.

특히 풍덕동 주민들은 2011년부터 지역 소외계층에게 김치 등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일대일 결연을 통해 어려움을 해결하는 한솥밥 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다. 또 소외계층 이불을 세탁해주는 봉사활동도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순천시는 행복동 복지서비스가 성과를 거둠에 따라 14일 매곡동을 행복동 2호로 지정했다. 장석종 매곡동 통장협의회장은 “행복동 운영을 통해 주민 스스로 소외계층을 챙기는 데 힘을 쓰겠다”고 말했다.

순천시는 19일에는 향동을 세 번째 행복동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순천시는 효율적인 복지체계인 행복동을 2016년까지 24개 읍면동으로 전면 확대하기로 했다. 조충훈 시장은 “행복동은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고 동네 봉사자들과 함께 소외계층에게 다가서는 복지체계”라며 “행복동 사업은 소외계층을 위한 새로운 복지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