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사-주치의-변호사 등 연결 “사회안전망, 전국서 가장 탄탄” 2016년까지 시내 전지역에 확대
전남 순천시 풍덕동에 사는 이모 씨(67)는 알코올 의존증과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이 씨는 올 3월경 입원해 있던 병원에서 난폭한 행동을 해 퇴원 조치됐다. 그는 홀로 집에 있으면서 병원 치료도 거부하며 살았다. 이 씨는 이웃들과 이야기하길 꺼렸고 청소도 하지 않아 냄새가 났다. 이웃들은 이 씨 집에서 불이라도 나면 어쩌나 하는 고민을 했다.
사회복지사 오채인 씨(47·여) 등은 올 4월 이 씨의 사연을 알고 설득에 나섰다. 이 씨는 처음에는 현관문도 열어주지 않았다. 하지만 4개월 동안 계속된 설득에 입원 치료를 결심했다. 오 씨 등의 꾸준한 설득에 이 씨의 마음이 돌아선 것이다. 이달 10일경 오 씨 등은 이 씨가 전남 화순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이 씨 같은 소외계층이 효과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순천시가 풍덕동을 행복동으로 처음 지정했기 때문이다. 행복동은 지역 주민들과 전문 인력들이 함께 동네 소외계층을 돌봐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사업 이름이다. 박정숙 순천시 행복돌봄과장은 “행복동은 서울 송파구 세 모녀 사건 이후 소외계층에게 제공되는 가장 촘촘한 사회안전망”이라고 말했다.
풍덕동 돌봄 핵심 인력은 올 3월부터 지금까지 700여 건의 생활민원을 처리했다. 방문간호사와 사회복지사는 소외계층의 혈압, 당뇨 등 건강 체크는 물론이고 속내를 털어놓는 상대가 돼주기도 한다. 또 소외계층이나 홀로 사는 노인이 겪는 생활 속 불편, 전기 수도 등을 수리해주는 것을 실버 맥가이버가 맡는다.
자원봉사자인 동네 주치의는 몸이 아픈 주민들을 큰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동네 변호사는 소외계층이 겪는 각종 법률적 분쟁을 상담해주고 해결 방안을 찾아 준다. 고용일자리 상담사는 1주일에 한 번씩 주민들에게 일자리 상담을 해주고 있다.
특히 풍덕동 주민들은 2011년부터 지역 소외계층에게 김치 등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일대일 결연을 통해 어려움을 해결하는 한솥밥 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다. 또 소외계층 이불을 세탁해주는 봉사활동도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순천시는 행복동 복지서비스가 성과를 거둠에 따라 14일 매곡동을 행복동 2호로 지정했다. 장석종 매곡동 통장협의회장은 “행복동 운영을 통해 주민 스스로 소외계층을 챙기는 데 힘을 쓰겠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