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체험 클리닉]<14>알레르기 비염
고교 2학년 때 생애 첫 미팅에서 만난 여학생은 기자가 느닷없이 재채기와 콧물을 쏟아내자 당황했다. 하지만 발작적으로 계속되는 재채기와 콧물을 막을 순 없었다. 당연히 미팅은 망쳤다. 수업시간에도 ‘재채기 좀 그만하라’는 핀잔을 들었다.
기자가 이비인후과에서 처음 알레르기 비염 진단을 받은 것은 고교 3학년때.
이전엔 이런 증상이 생기면 ‘감기가 오는구나’라고 생각했고, 약국에서 감기약을 지어 먹으면 잠시 증상이 나아졌다. 하지만 몇 달 지나 또 증상이 나타났다. 》
본보 민병선 기자의 등 위에 간호사가 시약을 떨어뜨리고 있다. 시약에는 돼지풀 질경이 버드나무 꽃가루 같은 식물부터, 개 고양이 등 동물의 털, 우유 달걀 같은 식품 성분이 포함됐다. 작은 사진은 시약이 집먼지 진드기 물질에 강하게 반응해 등 오른쪽 윗부분이 붉게 변한 모습.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먼저 코 내부에 종양이 없는지, 구조적 문제는 없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영상의학과에서 X선 검사를 했다. 정면과 좌우 측면에 걸쳐 모두 3차례 촬영을 했다. 혈액 검사가 뒤따랐다. 검사에서 ‘면역글로불린E’가 증가하면 알레르기 질환을 앓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음은 피부 단자 검사.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물질을 찾는 것이다. 72가지 원인물질을 담은 시약을 피부에 떨어뜨려 반응을 본다. 시약에는 돼지풀, 질경이, 버드나무, 꽃가루 같은 식물부터 개, 고양이 등 동물의 털, 우유, 계란 같은 식품 성분이 포함됐다. 시약이 72가지가 넘는 경우도 있지만, 종류가 많은 검사는 시간과 비용상의 문제가 따른다. 피부 검사는 보험 적용이 안 돼 비용은 17만 원 정도.
상의를 벗고 침대에 엎드리자, 권용주 간호사가 등에 시약을 떨어뜨릴 자리를 바둑판 모양이 되도록 펜으로 그렸다. 이어 피부과 레지던트 민정 씨가 표시된 자리를 바늘로 찌르고 자리마다 시약을 떨어뜨렸다. 바늘로 찌르는 이유는 시약이 피부에 잘 스며들게 하기 위해서다. 엎드린 자세로 한 시간 정도 72번의 따끔거림을 참아야 하는 점이 힘들었다.
○ 꾸준한 관리 중요
피부 검사 뒤 이비인후과 홍석진 교수의 진료실로 향했다. 홍 교수는 문진을 통해 부모에게 알레르기가 있는지, 어릴 적 아토피 피부염을 앓았는지 물었다. 코 내시경 검사를 해보니 비중격이 한쪽으로 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홍 교수는 “비중격이 휘면 한쪽 공간이 작아져 코막힘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홍 교수는 “체질이 바뀌지 않는 이상 알레르기 비염과 영원히 이별할 수는 없다”면서 “꾸준한 건강관리와 주변 환경 관리로 비염의 빈도와 정도를 줄이는 게 합리적이다”고 말했다. 이어 집먼지 진드기에 덜 노출되는 방법으로 △침구는 55도 이상 뜨거운 물로 자주 세탁할 것 △소파는 천보다는 비닐이나 가죽 제품을 사용할 것 △실내 습도는 50% 이하로 할 것 △베갯속은 씨앗이나 깃털을 쓰지 말고 고무 제품을 사용할 것 △진공청소기를 쓸 때는 마스크를 쓸 것 등을 제시했다.
알레르기 비염 치료에는 크게 약물 치료와 면역 치료가 있다. 약물은 코에 뿌리는 스프레이형 스테로이드제와 먹는 항히스타민제가 있다. 면역 치료는 알레르기 원인물질을 적은 양부터 시작해 서서히 증량해 투여하면서 항체를 만들어 체질을 개선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적어도 1년 이상 시간이 필요하고 비용도 많이 드는 단점이 있다.
▼[주치의 한마디]“침구 자주 세탁하고 급격한 온도변화 주의를”▼
홍석진 강북삼성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부모 중 한쪽에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으면 자식이 알레르기에 걸릴 확률은 50% 정도이며, 부모 양쪽에 알레르기성 질환이 있으면 가능성은 75%로 증가한다.
코내시경 검사에서 코 점막과 콧속에 부종성 종창이 보였고 혈액 검사에서도 혈청 면역글로불린E가 증가해 알레르기 비염으로 진단했다.
민 기자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집먼지 진드기는 알레르기 비염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다. 집먼지 진드기는 기온 25도, 습도 80% 정도에서 가장 잘 번식한다. 요즘 주택은 난방이 잘되고 가습기를 사용하는 가구가 많아 겨울에도 진드기가 잘 번식한다.
침구를 자주 세탁하고 고성능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면 진드기를 줄일 수 있다. 급격한 온도 변화는 비염을 유발하고 악화시키므로 에어컨과 히터를 사용할 때는 실내 온도가 급격히 변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