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온 교황/세월호 아픔 보듬기]더 낮은 곳으로… 꽃동네 방문 “사랑해요” 외침에 손하트 답례… 30분 예정시간 넘겨 1시간 머물러
“고마워요” 16일 충북 음성군 꽃동네 희망의 집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공연을 준비한 장애아동을 안아주고 있다. 교황방한위원회 제공
16일 오후 충북 음성군 꽃동네 ‘희망의 집’. 1994년 10월 이곳에 들어온 사지마비 장애인인 오미현 씨(23·여·세례명 리나)에게 프란치스코 교황이 입맞춤을 하며 인사를 하자 그녀는 희미한 웃음으로 화답했다.
국내 최대 사회복지시설인 음성 꽃동네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중증장애인 생활시설인 희망의 집에 30분만 머물려던 일정을 훌쩍 넘겨 1시간 가까이 머무르며 중증장애인들과 입양을 기다리는 아기를 만났다.
희망의 집에 도착한 뒤 1층에 있는 기도실인 ‘경당’에 들어가 묵상을 하고, 그 안에 있던 장애인들의 머리에 손을 얹고 성호를 그으며 축복했다. 2층에 올라가자 그를 기다리던 ‘성모의 집’ 장애아동 42명, ‘희망의 집’ 장애인 20명, ‘구원의 집’ 노인 환자 8명, 입양을 앞둔 ‘천사의 집’ 아기 8명과 수녀, 자원봉사자 등이 큰 박수와 환호성으로 반갑게 맞이했다. 차해준 군(9·필립보) 등 장애아 4명이 교황에게 다가가 꽃다발과 화환을 목에 걸어줬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꽃다발을 “성모님께 봉헌하고 싶다”고 한 뒤 바로 옆 성모상에 봉헌했다.
청주교구장인 장봉훈 주교의 환영사에 이어 장애아동 11명의 노래와 율동 공연이 시작됐다. 꽃동네 측은 교황에게 거듭 의자에 앉으라고 권유했으나 교황은 서서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지켜봤다. 공연 말미에 아이들이 “사랑합니다”라고 외치면서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려 하트 모양을 만들자 교황은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교황은 공연단 모두에게 일일이 입을 맞추며 축복하고, 손 하트를 따라하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공연 뒤 하반신을 못 쓰고 손도 일부 불편한 박 베로니카 씨가 한 땀 한 땀 정성들여 교황의 얼굴을 자수(刺繡)한 액자를, 손을 못 쓰는 김인자 씨(74·여·세실리아)가 발로 접은 종이학과 종이거북을 교황에게 선물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손을 빨고 있던 한 영아에게 자신의 손가락을 넣어주고 한동안 엄마의 젖을 먹는 것처럼 해 모두를 웃게 했다. 이어 태아동산과 사랑의 연수원, 영성원 등을 차례로 방문했다. 태아동산에서 교황은 3분가량 기도를 올렸다. 이 동산은 낙태로 희생되는 생명을 지키자는 뜻으로 2000년 청주교구가 마련한 공간이다.
음성=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