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따른 비용 年100억 넘거나 대상 100만명 이상땐
정부, 행정규제기본법 개정 추진
규제 양산 주범 ‘청부입법’ 제동… 소상공인 규제 차등制도 도입
이르면 내년부터 연간 100억 원 이상의 비용을 일으키는 규제가 포함돼 있으면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도 사전에 규제영향평가를 받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현재 의원입법은 규제영향평가를 받지 않는다. 의원입법은 법안 발의 절차가 간편하다는 점 때문에 정부 부처들이 국회의원을 통해 법안을 제출하는 이른바 ‘청부입법’을 남발해 규제를 양산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정부는 또 직원 10명 이하 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각종 규제를 면제해주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17일 국무조정실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을 이달 말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개정안은 경제적·사회적 파급효과가 큰 규제를 ‘중요 규제’로 분류해 사전에 규제영향평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중요 규제는 규제개혁위원회가 중요 규제를 자체 기준으로 정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중요 규제의 기준을 행정규제기본법과 시행령에 담을 방침이다.
중요 규제의 구체적인 기준은 시행령으로 정할 계획이다. 규제의 신설·강화로 인한 비용이 연간 100억 원을 넘거나 규제 대상이 100만 명 이상인 경우 중요 규제로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정부가 중요 규제의 기준을 법으로 정하기로 하면서 일부 의원입법에 대해 규제영향평가를 의무화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사전 규제영향평가는 법안을 발의하기 전에 규제 도입으로 인한 비용과 편익을 분석해 법안에 첨부하도록 하는 제도다.
지금까지 의원입법은 사전 규제영향평가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보니 정부 부처들이 규제 신설 등 논란이 될 만한 법안을 의원을 통해 발의하는 청부입법이 급증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19대 국회에서 제출된 법안 1만843건 가운데 의원 발의는 1만249건(94.5%)인 반면 정부 제출 법안은 5.5%(594건)에 불과했다. 특히 정부 제출 법안에 비해 의원 발의 법안은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하는 법안이 많았다. 정부 관계자는 “행정규제기본법이 통과되면 청부입법 관행을 근절하고 의원입법의 남발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소상공인과 10인 이하 소기업에 대해서는 규제를 면제해 주거나 부담을 낮춰주는 ‘규제 차등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규제개혁위원회는 심사 과정에서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고 판단되는 규제에 대해서는 소관 부처에 소상공인과 10인 이하 소기업에 대한 규제 면제를 권고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정부는 당초 20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하는 ‘2차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를 열기로 했으나 이날 돌연 회의를 연기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3월 열린 1차 회의에서 제기됐던 52개 규제개혁 과제를 점검하고 지방자치단체 규제, 농업·건축·인터넷경제 분야의 규제개혁 방안을 토론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청와대는 생중계 토론 형식으로 진행하기에 각 부처의 준비가 부족하다는 점을 들어 회의를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