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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파파’ 효과

입력 | 2014-08-18 03:00:00


이성호 사회부 차장

흥겨운 축제였다. 순교자 124인을 복자(福者)로 선포하는 성스러운 의식이었지만 마치 축제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시복식 이야기다. 25년 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찾았던 여의도광장의 분위기와는 분명히 달랐다. 물론 학생 시절 TV로 시청한 세계성체대회와 현장에서 지켜본 시복식의 느낌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천주교 신자 여부를 떠나 이날 현장을 찾은 많은 사람들은 비슷한 느낌을 안고 돌아갔을 것이다.

축제 같은 시복식의 배경에는 이른바 ‘파파(PAPA)’ 효과가 있다. 이는 온전히 프란치스코 교황의 힘이다. 카퍼레이드를 수시로 멈춰 가며 아이들의 이마에 입을 맞출 때마다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단식 중인 세월호 희생자 유족의 두 손을 맞잡은 모습에서는 감동을 넘어 전율이 느껴질 정도였다. 지난해 3월 즉위 이후 파격적인 행보로 화제를 모았던 교황이지만 한국에서 보여준 모습은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경제효과에 대한 기대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지난해 7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브라질을 방문했을 때 브라질관광공사는 경제효과를 5000억 원대로 추산했다. 또 2008년 호주 시드니상공회의소는 교황 베네딕토 16세 방문 때 2500억 원의 효과를 예상했다. 아직 국내에서는 교황 방한의 경제효과를 분석해 발표한 곳이 없다. 다만 2005년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4700억∼6700억 원), 2009년 제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2600억 원) 등 과거 국제행사에 비춰 볼 때 ‘상당한 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최근 온라인에서는 이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교황 방한의 경제적 효과를 언급한 의견이나 언론 보도에 누리꾼들의 뭇매가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역사적 방한의 의미를 돈으로만 따진다”는 것. 사실 국제행사나 외국 VIP 방한 때 경제효과를 예측하는 것은 흔한 편이다. 문제는 이런 분석을 거친 경제효과가 늘 가진 자들의 몫이었다는 점이 반감을 불러왔다. 보통 경제효과는 방한 일행의 체류비, 시설 투자비, 고용 창출 규모 등을 더해서 계산한다. 사실상 일반인이 체감하기 어렵다. 특히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대외 이미지 개선’은 서민들에게 뜬구름이나 다름없다.

이는 역설적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져온 경제효과에 더욱 기대를 걸게 하는 이유다. 수행원이나 외국인 신자의 방한 규모를 따지는 대신 교황의 메시지를 현실 속에서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소통과 치유, 물질주의를 멀리하고 가난한 사람을 위하라는 교황의 말씀이 반영된 파파 효과가 어떤 것보다 한국 사회에 필요하다. 그래서 교황이 떠난 이후가 더욱 중요하다. 파파 효과가 한국 사회 곳곳에 뿌리내리도록 하는 일은 결국 정부와 정치인들의 몫이다.

이성호 사회부 차장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