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덕·산업부
방송통신위원회 고위 인사가 최근 기자와 만나 전한 말이다. 방통위가 4일 정책과제를 발표하기 직전 지상파 방송사들이 전방위적으로 로비를 펼쳤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방통위 정책과제에는 광고총량제 도입과 중간광고 검토, 다채널서비스(MMS) 허용, 초고화질(UHD) 서비스 상용화 등 지상파들의 숙원사업들이 대부분 포함됐다.
문제는 방통위의 ‘지상파 편향 정책’이 국가재난안전통신망(재난망)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방통위가 “주파수 분배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방통위는 2012년 1월 700MHz 대역 108MHz 폭 중 40MHz 폭을 통신용으로 배정했다. 재난망에 20MHz 폭을 주면 남은 48MHz 폭으로는 지상파 UHD 서비스(54MHz 폭 소요)를 할 수 없다는 게 방통위의 논리다. 일부에선 “방통위가 지상파의 호위무사냐”라는 비판도 나온다.
지상파가 꼭 700MHz 대역 주파수를 써야 하는지는 논란거리다. 한 국책연구기관에 따르면 현재 여러 주파수를 쓰는 지상파 디지털 방송의 ‘다중주파수망(MFN)’ 송출방식을 개선하면 54MHz 폭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대안인 ‘단일주파수망(SFN)’이나 ‘분산주파수망(DFN)’은 이미 기술 개발이 끝난 상태다. 더구나 지상파 직접 수신 가구 비율은 7% 안팎에 불과하다.
재난망 사업은 2002년 이후 무려 11년 동안 표류해 왔다. 세월호 참사로 어렵게 추진동력을 얻었지만 갈 길이 멀다. 우선 재난망 사업에 관한 정보화전략계획(ISP)을 연내 마련해야 한다. 자가망과 상용망의 비중 결정, 기술적 보완, 시범사업 준비 등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주파수 확정은 그 첫걸음이다.
18일 여름휴가에서 돌아오는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주파수 논란부터 스스로 봉합해야 한다. 주파수 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국민의 안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