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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김창덕]방통위, 국민 안전보다 지상파 편애가 우선인가

입력 | 2014-08-18 03:00:00


김창덕·산업부

“3기 정책과제를 마련하면서 두 달 반 동안 정말 치열하게 토론했습니다. 그런데 지상파 광고규제 완화는 막판에야 포함됐어요. 지상파 방송사에서 계속 얘기가 들어오다 보니….”

방송통신위원회 고위 인사가 최근 기자와 만나 전한 말이다. 방통위가 4일 정책과제를 발표하기 직전 지상파 방송사들이 전방위적으로 로비를 펼쳤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방통위 정책과제에는 광고총량제 도입과 중간광고 검토, 다채널서비스(MMS) 허용, 초고화질(UHD) 서비스 상용화 등 지상파들의 숙원사업들이 대부분 포함됐다.

문제는 방통위의 ‘지상파 편향 정책’이 국가재난안전통신망(재난망)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열고 ‘공공안전 롱텀에볼루션(PS-LTE) 방식, 700MHz(메가헤르츠) 주파수 대역, 자가망 중심’이라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재난망 구축방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자가망 중심 방식을 두고 ‘중복 투자’ 논란이 불거졌지만 적어도 700MHz 대역 중 20MHz 폭을 재난망에 할당한다는 계획에 이의를 제기한 곳은 없었다.

그러나 방통위가 “주파수 분배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방통위는 2012년 1월 700MHz 대역 108MHz 폭 중 40MHz 폭을 통신용으로 배정했다. 재난망에 20MHz 폭을 주면 남은 48MHz 폭으로는 지상파 UHD 서비스(54MHz 폭 소요)를 할 수 없다는 게 방통위의 논리다. 일부에선 “방통위가 지상파의 호위무사냐”라는 비판도 나온다.

지상파가 꼭 700MHz 대역 주파수를 써야 하는지는 논란거리다. 한 국책연구기관에 따르면 현재 여러 주파수를 쓰는 지상파 디지털 방송의 ‘다중주파수망(MFN)’ 송출방식을 개선하면 54MHz 폭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대안인 ‘단일주파수망(SFN)’이나 ‘분산주파수망(DFN)’은 이미 기술 개발이 끝난 상태다. 더구나 지상파 직접 수신 가구 비율은 7% 안팎에 불과하다.

재난망 사업은 2002년 이후 무려 11년 동안 표류해 왔다. 세월호 참사로 어렵게 추진동력을 얻었지만 갈 길이 멀다. 우선 재난망 사업에 관한 정보화전략계획(ISP)을 연내 마련해야 한다. 자가망과 상용망의 비중 결정, 기술적 보완, 시범사업 준비 등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주파수 확정은 그 첫걸음이다.

18일 여름휴가에서 돌아오는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주파수 논란부터 스스로 봉합해야 한다. 주파수 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국민의 안전이다.

김창덕·산업부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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