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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박 대통령과 힐러리의 차별화 전략

입력 | 2014-08-18 03:00:00


2009년 10월 23일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박근혜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MB)이 정운찬 국무총리를 내세워 추진하던 세종시 수정 계획에 반대 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MB가 그해 11월 27일 TV로 생중계된 ‘국민과의 대화’에서 ‘세종시 원안 파기’에 대해 사과하면서까지 세종시 수정 의사를 밝혔지만 박 의원은 요지부동이었다. 3년 뒤 2012년 대선에서 민주통합당(새정치민주연합의 전신)은 MB와 박근혜 후보를 한 묶음으로 공격하는 ‘이명박근혜’ 전략을 구사했지만 약발이 없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은 최근 시사월간지 ‘애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 “멍청한 짓을 하지 말라는 것은 (미국 외교정책의) 원칙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이 국제 분쟁에 사사건건 개입한 것에 대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멍청한 짓’이라며 군사력 사용을 최소화하는 대외 정책을 펴는 것을 비판한 말이다. 발끈한 백악관 측이 이라크전에 찬성했던 그의 과거까지 들춰내며 역공을 펴고 나서자 힐러리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대통령이나 그 정책을 공격하려고 한 게 결코 아니었다”고 사과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시리아 반군에 대한 조기 지원을 망설이는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견해를 보여 왔다. 2016년 대통령선거 출마를 저울질 중인 클린턴 전 장관이 오바마 대통령과 거리 두기를 시작했다는 해석이 워싱턴 정가에서 나온다. 오바마의 인기가 대통령 임기 말에 하락 조짐을 보인다면 클린턴의 오바마 정책 때리기는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대선 주자들이 현직 대통령과 차별화하는 것이 반드시 선거 승리에 유리하다고 볼 수는 없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각각 김영삼,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차별화 전략을 폈지만 낙선했다. 김대중 대통령을 비교적 충실히 계승했던 노무현 후보는 당선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후반에 가서는 차별화하려는 후보가 많을지, 계승하려는 후보가 많을지 지켜볼 일이다.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