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근무 남편, 말없이 출장-여행… 법원 “정상 아니지만 파탄 아니다”
“살림을 어떻게 했길래 12년 동안 한 푼도 안 모아둔 거야!”
서울의 한 유명 사립대학 병원에서 근무하다가 2003년 서울 양천구에 병원을 개업한 의사 A 씨(53·여)는 이 무렵 이렇게 지적하는 남편과 자주 다퉜다. 방송국에 근무했던 남편 B 씨의 연봉이 7000만 원으로 적지 않았지만 개업 후 1년 동안 A 씨의 수입이 없다시피 한 탓. A 씨는 소득이 줄어든 상태에서 두 자녀의 교육비와 도우미 비용을 대느라 저축할 여유가 없었다고 설명했지만 B 씨는 아내의 씀씀이를 탓하며 경제권을 넘기라고 요구했다. 이후 B 씨는 자신의 월급 중 일부만 생활비로 내놨고 A 씨도 자신의 수입 명세를 밝히지 않은 채 부부 사이는 점점 어색해졌다.
2010년 B 씨가 지방으로 발령받으면서 ‘주말부부’가 되자 부부의 대화는 더 줄어들었다. 생활비 문제로 남편과 골이 깊었던 A 씨는 남편이 말도 없이 외국 출장을 가고 명절엔 시댁식구들과 여행을 가자 이혼 소송을 내 1심에선 이겼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