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어제 개성공단을 방문해 김대중(DJ) 전 대통령 서거 5주기를 맞아 김정은이 보낸 조화를 받아왔다. 박 의원은 DJ의 차남인 김홍업 전 의원,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과 함께 개성공단을 방문했다. 북한은 조화를 남한으로 직접 보낼 수 있는데도 DJ의 측근들을 굳이 북한으로 불러 생색을 냈다. 북한의 요청에 따라 조화를 받으러 개성공단으로 달려간 박 의원 등의 행보도 당당해 보이지 않는다.
북한은 어제 우리 정부를 향해서는 적대적인 행동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대해 “북남 협력의 길이 반통일적인 5·24조치에 의해 꽉 막혀 있다”며 실질적인 해결책이 없다고 비난했다. 박 대통령은 환경 민생 문화 분야의 협력사업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곧바로 거부했다. 북한은 오늘부터 시작되는 한미연합 군사연습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을 비난하면서 선제타격 협박도 했다.
북한이 남북 경색을 풀 의지가 있다면 우리 정부가 제의한 고위급 회담을 피할 이유가 없다. 박근혜 정부는 고위급 회담이 재개되면 5·24조치도 논의할 수 있다며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박지원 의원을 만난 김양건 노동당 대남비서는 고위급 회담을 하자면서 한미 군사훈련을 하는 우리 정부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고 한다. UFG는 연례적인 군사훈련이다. 방어적 성격의 한미 훈련보다는 올 들어서만 17차례에 걸쳐 미사일과 방사포를 발사하며 ‘불바다’ 운운하는 북한이 남북관계를 위태롭게 한다는 것은 세계가 다 아는 사실이다.
북한은 야권을 잘 활용하면 남한 정부를 궁지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오판을 할지도 모른다. DJ 5주기를 맞아 조화를 보내면서 박근혜 정부의 대화 제의는 무시해 현 정부와 과거 정부의 갈등을 유발하려는 노림수가 있을 수 있다. 야권도 남남갈등을 조장하기 위한 북한의 접근을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