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온 교황/시복식 현장]
교황 기념품 사고… 휴대전화로 찍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집전한 시복미사를 보기 위해 서울 광화문광장을 찾은 가톨릭 신자와 시민들이 교황 방한 공식 기념품을 사고 있다(왼쪽 사진). 서울광장에 모여 대형 스크린을 통해 시복미사를 본 신자들은 스크린에 나온 교황의 모습을 휴대전화에 담으며 시복미사를 가까이에서 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랬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양회성 기자
30년 전인 1984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방한 당시 정신장애가 있는 한 대학생이 장난감 딱총을 쏘며 교황의 차량으로 돌진하는 해프닝을 겪었던 경찰은 이번 시복미사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철통 경호’를 펼쳤다. 이날 투입된 경찰은 3만500명에 달했다. 이 중 저격수 2000명은 광화문광장 인근 245개 고층건물에 배치됐고, 지하철 등 광화문 인근 지하 공간 대테러 활동에도 경찰 2100명이 투입됐다. 그러나 경찰의 우려에도 이날 시복미사는 신자와 시민들의 질서정연한 움직임 덕택에 ‘대형 안전사고’와 ‘쓰레기’ ‘갈등’이 없는 ‘3무(無) 시복미사’로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 질서와 배려로 시복미사를 수놓다
시복미사가 끝난 뒤에도 질서 있는 움직임은 계속됐다. 전국 각지에서 버스와 기차를 타고 올라온 이들은 먼저 집에 가기 위해 서두르지 않았다. 교황방한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지방 교구부터 순서대로 퇴장했다. 질서 있는 해산으로 오후 5시까지 예정됐던 교통 통제는 1시간 30분가량 일찍 풀렸다. 교황방한위원회 관계자는 “요한 바오로 2세 방한 때도 가톨릭 신자들의 질서는 큰 칭찬을 받았다. 거기서 나온 자부심이 큰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성당에서는 질서 유지를 당부하고 유의 사항을 담은 자료를 자발적으로 만들었다. 용산성당 안내 자료를 만든 이혁진 씨(31)는 “포용의 정신을 보여주는 교황께서 미사를 하는 만큼 이번 시복미사로 인해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신자들 스스로 질서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 쓰레기 없는 ‘클린 시복미사’
시복미사가 끝난 뒤 광화문광장의 모습은 수십만 인파가 머물렀던 공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깨끗했다. 신자들은 자신들이 머물렀던 자리를 청소한 뒤 각자 가져온 쓰레기봉투에 쓰레기를 담았다. 자원봉사자들은 솔선수범해 쓰레기를 치웠다. 청소원들이 빗자루를 들고 행사장을 돌아다녔지만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가 많지 않아 신자들이 모아둔 쓰레기봉투 더미를 치우는 경우가 많았다. 가톨릭 신자 장지은 씨(63·여)는 “쓰레기가 하나도 보이지 않아 같은 신자로서 자부심을 느낀다. 가톨릭의 위상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위상 자체가 높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 반(反)가톨릭 시위에도 ‘갈등’ 피한 신자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