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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가르침, 잊지 않을게요” 교황, 4박5일간 소통-화합의 깊은 울림 남기고 한국 떠나

입력 | 2014-08-19 03:00:00

명동성당 미사서 “77번이라도 용서를” 남북화해 메시지




굿바이 파파 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출국에 앞서 손을 흔들며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교황은 방한 기간 중 소통과 화합의 리더십으로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남기고 떠났다. 사진공동취재단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도 용서하라.” 4박 5일간의 짧지만 긴 여운과 깊은 울림을 남긴 ‘프란치스코 마법’. 18일 출국한 교황이 우리 사회에 던진 일관된 메시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 가지, 용서였다.

교황은 이날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강론에서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들을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우리가 어떻게 평화와 화해를 위하여 정직한 기도를 바칠 수 있겠느냐”며 화해와 용서를 강조했다. 교황은 방한 첫날인 14일 비공개로 진행한 개인미사에서도 “용서 받고 싶은 그 마음으로 상대를 용서해야 한다”고 강론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명동대성당을 찾아 제대(祭臺) 왼쪽에 마련된 주교단 좌석에 앉아 교황이 집전하는 미사에 참석했다. 이날 미사에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7명을 비롯해 새터민, 납북자, 해군기지와 송전탑 건설 반대운동을 벌여온 제주 강정마을과 경남 밀양시 주민들, 용산 참사 피해자, 쌍용 해고노동자, 장애인, 중고교생 등 1000여 명이 초청됐다. 시민 1500여 명도 교황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빗길에 성당을 찾았다.

교황은 미사를 위해 제대에 올라가기 전 중앙 맨 앞좌석에서 멈춰 서 휠체어에 앉아 있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며 축복했다.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88)가 교황에게 나비 배지를 선물하자 통역을 맡은 정제천 신부가 교황의 제의(祭衣)에 달아줬다.

교황은 강론 후반부에 “모든 한국인이 같은 형제자매이고 한 가정의 구성원들이며 하나의 민족이라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더욱더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우리 함께 기도하자”며 우리 사회 내부와 남북의 평화와 화해를 위한 노력을 다시금 강조했다. 미사가 끝난 뒤 박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위한 메시지를 전해 주신 데 대해 감사하다”고 인사하자 교황은 “한반도 국민이 하나가 될 수 있는 그날을 위해 기도할 것을 약속드린다”며 박 대통령에게 기념메달과 묵주를 선물했다.

교황은 이날 오후 1시경 서울공항에서 대한항공 편으로 출국했다. 교황은 한반도 상공에서의 메시지와 트위터를 통해 못다 한 한국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표시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교황은 서울공항 서쪽 72km 상공에서 대한항공 조종사를 통해 인천지역 관제소로 전달된 메시지에서 “이제 한국을 떠나 로마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몸을 맡기며 박 대통령과 사랑하는 한국 국민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한반도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서 다시 한 번 기도드리며, 여러분 모두에게 신의 축복을 기원한다”고 했다. 교황은 오후 5시경 공식 트위터를 통해 한국어와 영어로 “예수님이 지신 십자가의 힘을 믿으십시오!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화해의 은총을 받아 이웃과 나누시기 바랍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김갑식 dunanworld@donga.com·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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