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의 손길]프란치스코 교황 명동성당 미사
몸 낮춰 ‘위안부 상처’ 위로 18일 오전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집전을 위해 서울 명동대성당 본당에 들어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의 손을 잡고 위로하고 있다. 이날 미사에는 7명의 위안부 할머니가 참석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미사가 시작되면서 본당으로 들어온 프란치스코 교황은 제대에서 가장 가까운 앞자리로 향했다. 휠체어에 탄 이용수 할머니를 비롯해 7명의 할머니에게 다가선 교황은 할머니들의 두 손을 차례로 꼭 잡았으며, 할머니 모두에게 붉은색의 작은 주머니를 건넸다. 주머니 안에는 하얀색 반투명 구슬로 만든 묵주가 들어있었다.
18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왼쪽 가슴에 ‘희망나비’ 브로치(빨간원 안)가 달려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교황의 말과 행동은 정치적 구속력은 없지만 전 세계 6분의 1에 해당하는 가톨릭 인구는 물론이고 전 인류에 큰 영향력을 미쳐왔다. 현재 아시아의원네트워크 한국 대표로 활동 중인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은 “오늘 미사가 전 세계에 생중계되면서 미국뿐 아니라 남유럽, 남미 국가 등 세계 여러 나라들이 위안부 문제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대구에서 19년째 위안부 할머니들 주치의로 활동해온 곽동협 곽병원 원장은 “전 세계적인 관심과 더불어 할머니들의 상처 치유에도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돕고 있는 최봉태 변호사도 교황과 위안부 할머니들의 만남을 기뻐했다. 최 변호사는 2004년 한일협정 문서정보공개 소송 승소, 2012년 일본 전범기업인 미쓰비시가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 등을 이끌어내는 등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매번 힘을 보태고 있다. 최 변호사는 “일본 사법부는 ‘고노 담화가 나온 뒤 3년 안에 피해국에 법적 보상을 해야 한다’고 판결을 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일본 정부가 양심을 추구하라는 교황님의 메시지를 이해하고 자진해서 사과 및 보상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