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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수정 추기경 ‘평양교구장’ 자격으로 교황에 가시관 봉헌

입력 | 2014-08-19 03:00:00

‘분단의 상처’ 휴전선 철조망으로 만들어




염수정 추기경이 18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 앞서 휴전선 철조망으로 만든 가시관(사진)과 ‘파티마의 성모상’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봉헌했다. 천주교서울대교구장이 아닌, 겸직하고 있는 북한 평양교구장 자격으로다.

원래 가시관은 예수의 고난을 상징하지만 염 추기경은 이에 더해 철조망이 상징하는 분단국의 아픔과 휴전선의 의미 등을 설명했다. 설명을 들은 교황은 파티마의 성모상과 발아래 놓인 가시관 앞에 서서 2, 3분간 묵상과 기도를 올렸다. 가시관은 미사가 끝난 뒤 교황청 측이 챙겨 갔다. 두고 간 90cm 높이의 성모상은 명동대성당에 전시된다.

가시관에 쓰인 철조망은 1953년 휴전선에 설치됐다가 교체를 위해 철거돼 강원 DMZ박물관에 보관돼 왔던 것이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와 서울시립대 안병철 교수가 가시관을 제작했다. 가시관 받침대 한가운데는 한글과 라틴어로 ‘하나 되게 하소서(Ut unum sint)’라는 표지문이, 테두리에는 라틴어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문’이 적혀 있다.

함께 봉헌된 파티마의 성모상은 남북 평화와 일치를 기원한다. 파티마의 성모상은 1917년 5월 성모 마리아가 포르투갈 파티마에 발현해 사람들에게 “러시아의 회개를 위해 기도하라”고 촉구한 데서 유래됐다. 염 추기경도 평소 “북한의 붕괴가 아니라 회개를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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