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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은 내 인생의 □ □ □ □ 입니다”

입력 | 2014-08-19 03:00:00

[내가 만난 프란치스코]




교황 영접한 故남윤철 교사 어머니 “세월호 가족에 평화의 시간 오길”

송경옥 씨(61)는 14일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직접 만났다. 송 씨는 세월호 사고로 숨진 단원고 영어교사 남윤철 씨(35)의 어머니다. 가톨릭 신자인 송 씨는 당시 교황이 자신의 손을 잡고 온화한 미소를 짓자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그는 “희생자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시겠다는 말씀에 큰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송 씨는 청년들과 스스럼없이 소통하는 교황을 떠올리며 “부모나 사회가 아이들의 어두운 면만 보고 걱정했지만 교황은 이들에게 신뢰와 사랑의 미소를 보여줬다”며 “과연 우리 어른들이 저런 믿음을 보여줬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성 프란치스코의 기도문’을 늘 좋아했던 송 씨는 “세월호 사고로 상처받은 가족들이 마음의 평화를 얻고 세상과 화해할 수 있는 시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 총무 김영주 목사 “검정 가방서 느낀 소탈함 못잊어”

18일 오전 교황과 국내 12대 종단 지도자의 만남이 있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인 김영주 목사(52)도 참석했다. 그에게도 교황의 겸손하고 소박한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특히 교황이 들고 다니는 묵직한 검정 가죽 가방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는 교황이 약자를 향한 측은지심을 강조하고 나아가 사회구조의 문제점까지 지적한 것을 높이 평가했다. 김 목사는 “교황을 향한 뜨거운 관심은 ‘개인적 구원’과 ‘사회적 구원’을 함께 이룬 것에 대한 큰 울림”이라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더불어 이번 교황의 방한이 모든 종교인에게 자아성찰의 계기가 되기를 기원했다. 그는 “올바르게 살지 않는 종교인들이 이를 고치지 않고 변명만 하는 모습은 나 역시 부끄럽다”며 “이번에 교황은 스스로를 낮추며 종교인들에게 몸소 본보기를 보였다”고 말했다.

명동미사 참석 치과의사 강대건씨 “나 역시 봉사의 삶 멈추지 않을것”

치과의사 강대건 원장(82)은 18일 오전 교황이 집전한 명동성당 미사에 참석한 뒤 곧바로 환자들이 기다리는 서울 서대문구 자신의 병원으로 돌아왔다. 그는 1979년부터 전국에 거주하는 한센병 환자들을 찾아가 무료로 치과진료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1만5000여 명이 혜택을 봤다. 지난해 교황은 강 원장에게 ‘교황과 교회를 위한 성십자가 훈장’을 수여했다.

강 원장은 “사제 시절부터 시작된 교황의 청빈 봉사 희생정신은 예수 그리스도가 걸어온 삶의 궤적을 현실에서 거울처럼 보여주고 있다”며 “교황을 보면서 나 역시 일(봉사)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에게 남은 삶의 소명은 그리스도의 봉사정신을 후세에 전파하는 것. 강 원장은 “지금껏 언론 인터뷰를 피하지 않고 훈장을 감사히 받은 이유도 바로 봉사의 중요성을 후세가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고 강조했다.

꽃동네서 교황 손등 입맞춘 김일환씨 “장애의 고통 떨치게 해줘 감사”

16일 오후 충북 음성 꽃동네를 찾은 교황은 지체장애인 김일환 씨(54)의 손을 꼭 잡았다. 이어 김 씨는 교황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 불과 5초 남짓한 시간. 그러나 김 씨에게는 인생의 가치관을 바꾸게 한 순간이었다.

그는 1988년 3월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쳤다. 고령의 어머니가 더이상 간병하기 어려워지자 2008년 1월 꽃동네로 왔다. 이곳에서도 김 씨는 ‘왜 나에게 이런 고통을 안겨줄까’라는 괴로움을 떨치지 못했다. 그러나 교황을 만난 날 이런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는 “교황의 손등에 입을 맞추자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졌다”며 “마치 따뜻한 사랑이 담긴 ‘복주머니’를 받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교황의 겸손 온유 따스함을 직접 느끼고 난 뒤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음성=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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