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몸으로 부딪치고… 땀흘리며… 스포츠로 하나되는 사람들

입력 | 2014-08-19 03:00:00


《 스포츠는 만국 공용어다. 18일 한국을 떠난 프란치스코 교황도 “스포츠는 우리에게 수용(受容)이 무엇인지를 일깨운다”며 “스포츠가 인종 언어 문화 등 서로 다른 가치를 이어주는 다리”라고 말했다. 이 말은 엘리트 스포츠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국내 거주 외국인 150만 명 시대, 북한 이탈 주민 3만 명 시대를 앞두고 ‘달라도 다 함께’ 땀 흘리며 하나가 되는 생활 스포츠 현장도 있다. 》
         
        
▼ “부모들 갈등, 아이들이 날려버려” ▼
인천 남동구 새터민-원주민 자녀 야구팀 ‘논현 돌핀스’


논현 돌핀스 단원들이 11일 경기 양주시 백석생활체육공원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상노 감독 제공

인천 남동구에 있는 한 아파트 단지는 새터민(탈북자) 출신 2000여 명이 모여 살아 ‘작은 북한’이라고 불린다. 이곳의 한 새터민이 놀이터에서 그네를 밀어주던 아이의 몸을 만졌다는 이유로 원주민과 새터민 간에 시비가 일어날 정도로 갈등이 이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원주민과 새터민들이 서로 마음을 열게 된 건 2012년 ‘논현 돌핀스’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 논현 돌핀스는 새터민 자녀 절반, 원주민 자녀 절반씩 총 20명으로 한 기수를 꾸리는 리틀 야구팀이다. 이들은 매주 토요일에 모여 함께 공을 던지고 치면서 우정을 쌓고 있다. 자연스레 부모들이 서로 소통하는 일도 늘었다.

김사무엘 인천논현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는 “처음부터 ‘부모님과 함께 하는 야구’라는 콘셉트를 잡아 남북한 가정이 모두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도록 계획했다. 북한 어린이들은 아무래도 처음에는 야구를 생소해하지만 금세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재미를 찾는다. 어른들도 서로 음식을 나눠 먹는 등 벽을 허물었다”며 “경제적인 문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아쉽다. 한국야구위원회(KBO)나 (인천 연고 팀) SK에서 도와줬으면 하는 바람이 없다면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국제 대회 데뷔전’이 이들에게는 더욱 반가웠다. 이들은 11일 경기 양주시 백석생활체육공원에서 프로야구 KIA가 초청한 몽골 리틀야구단, 양준혁멘토리 야구단과 친선 경기를 벌였다. 멘토리야구단 역시 다문화, 저소득층 가정 등 소외 계층 어린이들이 주축이다.

        
▼ “운동친구 만나 외로움 떨쳤어요” ▼
외국인 등 나홀로족 대상… SNS 운동모임 등장


코리아소셜스포츠 주최 스피릿위크 참가자들이 경기가 끝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KSS 제공

카타르항공 라비 구네틸렉 한국지사장은 취미로 즐기는 라켓볼 친구를 찾는 데 애를 먹는다. 같이 운동을 하는 데는 언어 차이가 별문제가 되지 않는데도 선뜻 “같이 하자”는 한국인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 종목이 이 정도니 축구 같은 단체 종목은 운동 친구를 찾기가 더욱 어렵다.

그래서 등장한 게 ‘소셜 스포츠’다. 문자 그대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함께 운동할 사람들을 엮어주는 것. 지난해 12월부터 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코리아소셜스포츠(KSS)에 따르면 전체 참가자의 70% 정도가 외국인이다. 단체 운동에 대한 외국인들의 열망이 그만큼 컸던 것이다.

17일 서울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에 풋살을 하러 나온 에리카 씨(32·여·미국)는 “한국 생활에 가장 큰 활력소가 되고 있다”며 “처음 10분만 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운동을 시작하지만 함께 뛰다보면 서로를 알게 된다”고 말했다.

소셜 스포츠는 함께 즐기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실력이 떨어진다고 비판 받을 일도 없고, 계속 모임에 나오라고 귀찮게 요구하는 사람도 없다. 오히려 모든 팀에 여자 선수를 2명 이상 참가하도록 하면서 모든 참가자를 배려하고 있다.

함은선 씨(32·여)는 “상대를 이기려고 모인 게 아니기 때문에 부담 없이 뛰어 놀 수 있었다. 학창 시절 이후 이렇게 신나게 뛰어본 건 처음”이라며 “호주 친구에게 특별한 경험을 하게 해주려고 신청했는데 내게도 특별한 기억이 됐다”고 말했다.

인천·양주=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김리안 인턴기자 연세대 법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