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14명, 23일 중앙대서 ‘가감없는 이야기’
기업 인사채용담당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일단 해보겠다는 의지와 열정만 보여준다면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고. A기업 채용담당자는 “몇 년 전까지는 그래도 열정으로 스펙을 넘어서려는 노력을 하는 친구가 많았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의지조차 없이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안타깝다”고 했다.
젊은이들의 가슴이 차갑게 식은 것일까. 하고 싶은 말도 못할 만큼 입이 굳게 닫혔을까.
임소정 씨(경희대)는 인생을 두 번 살았다고 했다. 첫 번째 인생은 유달리 통통했던 유년 시절. 임 씨는 “길거리에서 커피 마실 때조차 눈치 보며 살았다”며 “뚱뚱한 사람이면 내 말을 이해할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그의 두 번째 인생은? 다이어트 이후의 삶? 아니다.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자유로워진 삶이 두 번째 인생이다. 조금 뚱뚱한 게 ‘나를 규정짓는 특징’이 아닌 지금 입은 옷처럼 ‘보이는 그대로의 상태’라는 인식으로의 전환. 이 생각의 전환이 소극적이고 낯가림이 심했던 그를 누구보다 적극적이고 열정이 넘치는 사람으로 만들어줬다. 그는 “상황은 본인이 생각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며 “스펙이 좀 부족해도 열정과 의지만 있으면 취업의 좁은 문도 뚫을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있다”며 웃었다.
대학생 김채은 씨(노스웨스턴대)는 말했다 “포기하지 말지 말자”고. “포기하지 말자”를 잘못 외친 걸까. 그렇지 않다. 김 씨는 “‘쿨’ 하게 포기하는 게 억지로 붙잡고 있는 것보다 갑절의 용기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과감한 포기를 통해 의외의 수확이 생길 때도 많죠. 그 대신 포기로 그치는 게 아니고 다른 무언가를 찾을 열정이 있을 때만 그렇습니다.”
김 씨는 어릴 때 발레리나를 꿈꿨다. 그러다 포기한 뒤 미술사를 전공했고, 이후 또 포기한 뒤 다른 공부에 빠져 있다. 포기에 후회는 없다. 포기를 통해 넓은 시야를 갖게 됐고, 도전과 경쟁에서 오는 강박관념에서도 자연스럽게 벗어났기 때문. 특히 그는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할 때마다 점차 커지게 된 열정과 의지를 가장 큰 소득으로 꼽았다.
TBWA 박웅현 수석 크리에이티브디렉터는 “세상에 던지고 싶은 다양한 아이디어로 구성된 이들의 얘기는 공부와 취업에 지친 젊은이들에게 열정과 에너지를 불어넣어 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