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한국과 관련된 외교에서 조바심을 내는 모습을 잇달아 표출하고 있다. 겉보기에 의연한 척하는 것과는 달리 한국을 대결 상대로 보고 외교적 우위에 서기 위해 안달하는 모습처럼 보인다.
14∼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그의 첫 아시아 국가 방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일본은 교황이 한국에서만 집중 조명을 받는 것이 불편했는지 서울공항을 떠나기 직전까지 ‘일본도 들러 달라’고 집요하게 요청했다고 한다. 한국 단독방문을 시샘한 행동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또 일본은 18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교황 집전 미사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초청된 사실을 알고는 어떤 메시지가 오갈지, 교황과 별도의 면담이 이뤄질지를 파악하느라 분주했다는 후문이다. 일본은 왜 교황이 분단국인 한국을 택했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명동대성당 맨 앞줄에 초대했는지에 대한 의미를 읽지 못한 채 겉모습만 본 것 아닐까.
국제회의에서도 일본의 조바심 외교를 흔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일본은 10일 미얀마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납북자 문제를 논의하는 북-일 교섭에 대해 ‘환영한다(welcome)’는 표현을 의장성명에 넣자고 강력히 요구했다. 동북아의 외톨이인 북-일이 밀월관계로 가는 것을 국제사회에서 추인받기 위한 발버둥이었다. 국제 정서와 거꾸로 가는 일본에는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이란 표현이 딱 어울린다.
일본이 강력한 로비력으로 회의 종료 후 4일이 지나도록 압박했지만 의장성명은 일본의 기대와 달리 납북자 교섭에 ‘주목한다(note)’는 중립적인 표현에 그쳤다.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국력에 걸맞은 존경을 받지 못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군사력 팽창과 돈을 앞세운 ‘속 보이는’ 외교로 세계인의 마음을 살 수는 없다. 거듭된 구애에도 불구하고 교황이 왜 차기 아시아 방문국으로 스리랑카와 필리핀을 택했는지 일본은 잘 생각해보기 바란다.
조숭호·정치부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