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동아닷컴DB
#2008년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은 두산 김현수가 타석에 서면 외야수들이 왼쪽으로 더 치우치고 유격수가 2루 쪽으로 붙는 시프트를 선보였다. 한국시리즈에서 SK는 더 극단적인 수비 위치로 김현수를 압박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러나 정확히 1년 후 SK는 역으로 시프트에 당해 큰 어려움을 겪는다.
#2009시즌 SK 정근우(현 한화)는 시즌 초반 4할대 타율을 기록할 만큼 맹타를 휘두르고 있었다. SK와 선두싸움을 벌이던 KIA 코칭스태프는 정근우가 직구를 노리는 타이밍에 변화구를 때리면 3루수~유격수간 깊숙한 코스로 타구가 자주 간다는 것을 눈여겨봤다. 통계를 냈고 곧장 수비 시프트를 가동했다. 정상적인 수비 위치였다면 좌전 안타 혹은 유격수 왼쪽 안타일 확률이 높았던 타구는 KIA 유격수 이현곤의 글러브에 쏙쏙 잡혔다. 정근우 시프트는 한국시리즈까지 위력을 발휘하며 KIA에 큰 힘을 줬다.
수비 시프트는 통계에 의존하는 변칙 전술이다. 상대팀 최고의 타자를 봉쇄할 수 있는 대범한 전략이다. 타자 입장에서는 악몽 같은 덫이다. 시프트 때문에 극심한 슬럼프에 빠지는 사례는 쉽게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타자가 시프트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메이저리그 텍사스 추신수는 올 시즌 심판의 볼과 스트라이크 판정에 흔들린 탓도 있지만 상대팀의 적극적인 시프트에 막혀 고전하고 있다. 추신수는 19일(한국시간)까지 119경기에서 타율 0.241, 출루율 0.341, 12홈런을 기록 중이다. 장기계약을 맺은 고액 연봉자가 아니라면 스타팅이 아닌 25인 로스터에도 남아있기 힘든 성적이다.
KIA 이대형은 시즌 초 3할 이상 타율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LG에서 타격 때 어깨가 빨리 열리면서 중심이 무너졌던 문제점을 바로 잡는 데 큰 노력을 기울인 결과였다. 짧은 스윙으로 좌중간으로 밀어치는 타구로 많은 안타를 만들어냈는데 최근 시프트에 막히면서 페이스가 뚝 떨어졌다. 19일 현재 타율은 0.283.
시프트의 출발은 사실 수비수의 위치 변경이 아니라 투수의 공일 때가 많다. 추신수의 경우 올 시즌 수비 시프트가 더 대담해지는 이유는 장타력이 급감하면서 투수들이 홈런이나 2루타를 의식하지 않고 집요하게 몸쪽 승부를 하며 1~2루간 땅볼을 유도하고 있다. 이대형 역시 투수들의 몸쪽 승부가 많다. 결국 시프트를 깨기 위해서는 타구의 방향뿐 아니라 장타력, 선구안 등 다른 돌파구가 필요하다.
KIA 한대화 수석코치는 “시프트는 확률게임이다. 상대편이 인식하는 확률을 조금이라도 낮추면 과감히 꺼낼 수 없게 된다. 이대형은 최근 시프트를 깨기 위해 의식적으로 당겨 치면서 중심이동이 나빠졌다. 처음부터 타구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시프트를 만났다면 상대가 유인하는 특정 코스와 공을 잘 골라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