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는 사업구역 안에서만 영업하도록 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때문에 승객들의 불편이 크다. 동아일보DB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컨슈머워치 운영위원
몇 걸음만 걸으면 천안인 데다가 KTX 역에 내리는 승객의 80%가 천안으로 가는데도 천안 택시는 이곳에 들어올 수 없다. 승객을 불편하게 하고 경제적으로도 부담을 주는 제도이다.
천안 아산 지역만 그런 것이 아니다. 대전과 세종시, 충남 홍성과 예산, 경남 김해와 부산 사이에도 이런 불편이 있다고 한다. 이 정도까지 심하지는 않지만 사실 전국의 모든 소비자가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어느 지역에서나 택시를 타고 다른 지역으로 가려면 할증료를 부담해야 하니 말이다. 사업구역 제도 때문에 돌아올 때는 빈 차로 와야 하고 택시 운전사는 당연히 그에 따른 대가를 요구하게 되니 그것이 할증료다.
일정한 사업구역 안에서만 택시 영업을 허용하는 제도는 승객들의 활동 반경이 좁은 시절에나 맞다. 이제 사람들은 전국을 하나의 도시처럼 누비고 다닌다. 그러다 보니 택시 사업구역 제도는 소비자를 불편하게 만들고, 또 택시 운전사들 사이에서는 갈등의 진원지가 되어 왔다.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물론 정부도 이런 문제들을 알기 때문에 천안 아산, 대전 세종시 등의 사업구역을 통합하기 위해 중재를 해오긴 했다. 하지만 성과는 부진하다. 사업구역으로 인해 상대적 이익을 누리고 있는 지역의 택시 업계가 그 작은 이익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관점을 바꿔야 한다. 택시 업계의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소비자가 왕이다. 택시 운전사나 택시 회사는 소비자인 승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돈을 받는다. 그런 관점에서 택시 사업구역 제도는 폐지하는 것이 맞다. 모든 택시의 사업구역을 대한민국 전역으로 하라. 그래야 소비자인 승객이 왕이 될 수 있다. 어디에서 어떤 택시든 탈 수 있고, 어디든 추가요금을 내지 않고 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사업구역 폐지의 혜택이 소비자에게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택시 운전사들의 수입도 나아질 것이다. 어디서든 승객을 태울 수 있는 데다가 장거리 손님도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사업구역을 폐지한다니 혁명적인 발상인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그다지 이상할 것도 없다. 이미 운전면허는 그렇게 하고 있다. 어느 면허시험장에서 운전면허를 발급 받았는지와 무관하게 운전은 대한민국 어디에서나 할 수 있다. 택시 영업이라고 해서 달라야 할 이유가 없다. 물론 그렇게 하자면 요금 체계의 단일화 등 손질하고 보완해야 할 과제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택시 업계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소비자의 편익을 받든다는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어렵지 않게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에는 ‘관점의 혁명’이 필요하다. 업계의 이익, 공급자의 이해관계라는 틀에서 벗어나자. 정부의 정책이 공급자의 이해관계에 매달리다 보면 소비자는 불편해지고 사회는 경직되며 경제는 정체된다. 모든 것을 소비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라. 그래야 경제가 성장하고 삶도 풍요로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