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최종 수사결과 발표… 시신 발견 최소 10일전 숨져 사인 불명확… 저체온증 추정 별장서 연수원 찾아가다 포기한듯
경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사망)이 타살됐을 가능성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백승호 전남지방경찰청장은 19일 오후 2시 순천경찰서에서 “타살의 증거나 단서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 타살 증거는 없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유 전 회장이 입고 있던 내복 팬티 등 의류 7점이 흉기나 충격으로 손상됐는지 감정을 의뢰했다. 감정 결과 의류 7점에선 예리한 흉기에 찔리거나 둔기로 맞았을 때 생기는 흔적인 섬유 손상이 확인되지 않았다. 그가 범죄로 숨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국과수는 유 전 회장 시신을 두 차례나 부검했지만 골절이나 독극물 복용 등의 범죄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강 교수 등은 유 전 회장의 시신과 수풀 상태를 감안하면 누군가가 시신을 옮긴 흔적도 없다고 설명했다. 물병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소주병 2개의 주둥이 부분에서 유 전 회장의 유전자가 검출됐다. 유 전 회장이 신고 있던 신발 바닥 흙과 변사 장소 흙도 동일했다. 이는 사망한 뒤 시신이 옮겨지지 않았다는 유력한 증거로 경찰은 보고 있다.
○ 유병언 전 회장 홀로 헤매다 숨진 듯
경찰은 유 전 회장이 5월 26일 숲속의 추억을 벗어나 국도 17호선 옆을 흐르는 계곡을 따라 구원파의 옛 모임 장소인 A연수원(경찰은 구 순천교회로 지칭)으로 가려 했던 물증들을 발견했다. 경찰은 숲속의 추억 별장에서 남쪽으로 2km 아래 깨밭에서 유 전 회장이 소지했던 미네랄 생수병을 찾아냈다. 또 인근 철쭉밭에서 유 전 회장이 갖고 있던 것과 동일한 비료포대도 발견했다.
경찰은 유 전 회장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5월 28, 29일 순천시 서면 학구삼거리 인근에서 배회하는 등의 폐쇄회로(CC)TV 동영상 5개를 공개했다. 이 가운데 S식당에서 촬영된 동영상 3개는 유 전 회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28일 오전 3시 20분부터 32분 동안 계곡을 통해 A연수원 쪽으로 세 차례 이동하려는 모습이 담겨 있다. 유 전 회장은 A연수원에 가지 못한 채 헤매다 끝내 숨진 것으로 보인다.
순천=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