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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의 시대… 어린이 주검위에 끝없는 포성

입력 | 2014-08-20 03:00:00

분쟁지역 아동 희생자 급증… 가자 사망자 22%가 18세 미만
시리아서도 1만1000명 숨져… ‘전쟁 트라우마’ 2차 피해도 심각




최근 시리아 북부 지역에 사는 샤디 군(17)은 정부군이 쏜 포탄 파편에 맞아 진료소에 실려 갔다. 의사들은 “척추에 박힌 파편만 빼면 걸을 수 있다”면서도 수술을 하지 않고 되돌려 보냈다. 수술에 필요한 장비가 없어서다. 국제구호단체는 장비를 제공해 주겠다고 알려왔지만 이후 소식이 끊겼다. 정부군과 반군의 치열한 교전 속에서 정부군이 이 단체의 통행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어린이들이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시리아, 이라크 등 세계 주요 분쟁지역에서 충돌이 격화하면서 18세 미만 아이들이 숨지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등 국제구호단체들은 19일 세계 인도주의의 날을 맞아 분쟁지역 어린이들을 위한 국제사회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세계 인도주의의 날은 2003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테러로 희생된 자원봉사자 22명을 기리기 위해 유엔이 정한 날이다.

어린이 피해가 가장 큰 곳은 가자지구다. 지난달 가자지구에서 33주 만에 1.7kg의 미숙아로 태어난 할라는 병원 인큐베이터에서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었으나 생후 1개월도 안 돼 병원이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는 바람에 생사를 확인할 수 없게 됐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자료에 따르면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충돌로 1843명이 사망했다. 이 중 22.5%인 415명이 어린이였다. 가자지구에서 어린이 사망자가 유독 많은 것은 하마스가 학교, 병원 주변에 집중적으로 건설한 땅굴이 이스라엘의 공격 타깃이 됐기 때문이다.

3년 넘게 내전을 치르고 있는 시리아에서는 1만1000여 명(전체 사망자의 6.9%), 최근 내전이 격화하고 있는 이라크에서는 최소 150명 이상(전체 사망자의 7.5%)의 어린이가 숨졌다.

살아남은 어린이들이 겪는 2차 피해도 심각하다. 의료단체 ‘가자정신보건프로그램(GCMHP)’은 “가자지구 어린이들은 불안과 무기력감 등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6년 동안 세 차례 전쟁을 겪은 가자지구 어린이들은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겪고 있다. 이 어린이들을 ‘트라우마 세대’라고 부른다.

세이브더칠드런은 19일 “분쟁지역에서 어린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즉각적인 구호단체의 접근 보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단체의 칼 셈브리 중동 미디어 책임자는 “포탄과 미사일은 노소를 구별하지 않는다”면서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