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출판한다는 의미의 상재(上梓)는 가래나무로 목판인쇄를 했던 데서 비롯된 말이다. 출판기념회에서 책을 받고 대가로 내는 돈봉투에 주로 ‘축(祝) 상재’라고 쓴다. 정치인들은 출판기념회를 하면 정치자금법의 제한을 받지 않는 ‘축 상재’ 금일봉을 실컷 챙길 수 있다. 입법 로비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 의원은 대여금고에서 나온 억대의 현금을 출판기념회 때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어제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의원들이 하고 있는 출판기념회는 분명히 정치자금법 위반이고 탈세”라고 솔직히 인정했다. 그는 “의원이나 로비 대상인 고위공직자들은 출판기념회를 하지 않아야 한다”며 “선관위에서 이런 법의 사각지대, 출판기념회 문화를 없애기 위해 빨리 입법 조치를 해주기를 부탁드리고 우리 당도 개선책을 내놓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입법기관인 국회가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선관위가 법안을 만들어본들 그야말로 탁상공론이다.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에 드는 비용은 책값과 대관비를 포함해도 참석자 1인당 몇만 원이면 족하다. 참석자들은 인사치레로 또는 이권 청탁을 위해 그보다 훨씬 많은 돈을 낸다. 신 의원은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측에서만 3880만 원을 받았다. 출판기념회를 한 번 하면 통상 억대의 수입을 거둔다는 게 정가의 상식이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19대 의원을 전수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달까지 194명의 의원이 279회의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여야 의원 모두 ‘받아만 놓고 읽지 않는 책’을 만들어 돈 챙기기에 바쁘다. 어제는 출판기념회에서 5만 원에서 10만 원 정도의 통상적인 금액 이상의 돈을 받는 것은 뇌물로 볼 수 있다는 법원 판결까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