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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나이 合 110년… 우린 무대의 동반자

입력 | 2014-08-21 03:00:00

연극 ‘가을소나타’로 호흡 맞추는 연출가 임영웅-배우 손숙




임영웅 연출가(오른쪽)와 배우 손숙은 다정한 오누이 같았다. 임 씨가 “나 요새 술 안 먹는다”고 자랑하자 손 씨는 깔깔 웃으며 “평생 잡술 거 이미 다 잡수셨어요” 라고 받아쳤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1963년 연극 ‘삼각모자’가 공연되던 남산드라마센터 무대에 여리고 앳된 여대생이 섰다. 공연을 보던 임영웅 연출가는 “괜찮은 여배우가 나타났다”며 무릎을 쳤다. 임 씨는 그 여대생을 연극 ‘그 여자에게 옷을 입혀라’(1968년)의 주인공으로 발탁했다. 임 씨(78)와 배우 손숙(70)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1955년 ‘사육신’으로 연출 데뷔해 햇수로 연출 인생 60년을 맞는 임 씨는 손 씨와 함께 연극 ‘가을소나타’를 22일부터 무대에 올린다. 손 씨도 ‘삼각모자’ 이후 연극 인생 52년째다.

8일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산울림소극장에서 이들을 만났다. 올해 초 건강이 악화됐던 임 씨는 연습실에 매일 가느냐는 질문에 “연출가가 당연히 그래야죠!”라며 시원스레 답했다.

○ 무대에 쏟은 110년…‘연극소나타’

두 사람이 쏟아 부은 연극 인생을 합치면 110년이 넘는다. 녹록지 않은 세월이다. 두 사람이 같이한 작품은 ‘담배 피우는 여자’ ‘산불’ ‘홍당무’ ‘헨리 8세와 그의 여인들’ ‘매디슨 카운티의 추억’ 등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다. 극단 산울림의 창단 멤버인 손 씨는 ‘임영웅 사단’으로 불린다.

임 씨는 “감성이 풍부한 배우는 많지만 지성까지 갖춘 배우는 흔치 않다”며 손 씨를 칭찬했다. 손 씨는 “부끄러워서 어쩌지”라며 얼굴이 빨개졌다. 손 씨는 “임 선생님은 워낙 치밀하게 작품을 분석하고 엄청 무서웠다. 지금은 호랑이 선생님이던 그 시절이 그립다”며 웃었다.

‘홍당무’(1973년)도 기억에 남는 작품. 손 씨는 “열여섯 살 소년 역은 자신이 없었지만 임 선생님이 ‘일본에서도 여성이 연기했다’고 해서 맡았다. 배우로서 인정도 받고 자부심을 갖게 만든 작품”이라고 말했다.

임 씨가 1985년 자택을 헐어 지은 산울림소극장은 고전 연극의 산실이었다. 1969년 초연이후 꾸준히 무대에 올리고 있는 ‘고도를 기다리며’는 그의 분신이나 다름없다. 그는 “매번 작품을 할 때마다 새로운 인생을 만난다. 평생 하고 싶은 거만 하고 산 나는 행운아”라며 웃었다.

손 씨는 연극을 그만두고 싶었던 고비마다 임 씨가 그를 일으켜 세웠다고 했다. “환경부 장관에서 물러나고 힘들 때 선생님이 불러주셔서 차범석 선생님이 등단 50주년 기념으로 쓰신 ‘그 여자의 작은 행복론’(2001년)으로 무대에 섰어요. 그 후 연극과 새로운 사랑에 빠진 것 같아요.”(손 씨)

○ 엄마와 딸, 그 애증의 이야기

‘가을소나타’는 스웨덴 출신의 거장 잉마르 베리만이 만든 동명의 영화를 연극으로 옮긴 작품. 성취욕 강한 피아니스트인 어머니 샬롯(손숙)과 그런 어머니에게 상처 입은 딸 에바(서은경)가 7년 만에 만나 폭발하는 갈등을 치밀하고 섬세하게 그렸다. 산울림소극장을 여성 연극의 산실로 키워온 임 씨의 선택답다. 임 씨가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작품인데 마침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가 제안해 무대에 올리게 됐단다.

손 씨가 “베리만은 남자가 어쩜 이렇게 여성 심리를 잘 묘사했을까 깜짝깜짝 놀란다”고 하자 임 씨는 “천재지, 뭐”라고 맞장구쳤다.

“내 얘기 같아요. ‘엄마 노릇이 늘 불안하고 겁난다’는 대사가 있는데 나도 그랬거든요.”(손 씨)

이번 무대에는 한명구 서은경 이연정이 가세해 탄탄한 연기를 선보인다. 임 씨는 “살아있는 동안 좋은 연극을 하고 싶다. 다시 태어나도 연극을 할 것”이라며 웃었다. 22일∼9월 6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3만∼5만 원, 1544-1555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