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24’ 시즌9

아홉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미드의 전설 ‘24’. 동아일보DB

시즌8 이후 무려 4년 만에 시즌9가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제 때가 왔구나’ 싶었다. 이 전설의 미드를 ‘정주행(시리즈물을 1회부터 끝까지 한 번에 보는 것)’할 때가 된 것이다.
밤을 새워가며 본 24는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한국 시청자가 열광했던 미드의 몇 가지 장점들, 반전과 치밀한 줄거리, 화려한 액션,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가 거기 있었다. 하지만 미드의 맹점도 함께 있었다. 무리하게 시즌을 거듭하느라 주인공은 아무리 죽여도 죽지 않는 초인으로 거듭난다. 반전 강박증 때문에 주인공 주변엔 믿을 놈 하나 없다. 당연히 설득력은 떨어진다. 첫 시즌이 방영된 2001년은 9·11테러가 났던 해. 이후 테러 공포에 시달려온 미국 사회를 반영이라도 한 듯 핵폭탄, 생화학테러 등 별별 테러가 등장한다. 엇비슷한 소재가 반복되니 스케일이 커져도 흥미는 반감된다.
하지만 시즌9가 12회로 구성되면서 24만의 매력은 사라지고 말았다. 24는 주인공 잭 바우어(키퍼 서덜랜드)가 24시간 동안 테러에 맞서는 과정을 24회로, 1회 한 시간이 드라마 속 한 시간과 똑같이 흐르도록 하는 실시간 구성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 하지만 시즌9에서는 처음으로 시간을 건너뛰는 편집이 도입됐다. 결국 테러를 다룬 다른 드라마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옛 명성에 기대는 ‘추억팔이’ 드라마가 된 셈이다. 그래서인지 시즌 마지막 회는 첫 회보다 절반 수준으로 시청자 수가 급락했다.
물론 잭 바우어의 물불 안 가리는 액션은 여전하다. 하지만 드라마 속에서 외손주까지 봤는데 아직도 노구를 혹사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안쓰럽기도 하다. 드라마가 결말에서 여운을 잔뜩 남긴 걸 보면 시즌10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아, 바우어 씨, 이젠 좀 쉬셔도 될 것 같은데.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