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짝퉁 철강’ 판친다] 철강업계 “이대로 가면 존립 위험”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중국산 철강의 국내 수입 물량은 655만 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00만 t에 비해 31% 늘었다. 중국산은 전체 수입 철강의 58.4%를 차지한다. 중국을 포함해 올해 상반기 전체 수입 철강의 시장점유율은 39.8%에 이른다.
철강재 품목 중 중국산이 가장 많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것은 H형강으로 전체 수입량의 92%, 국내 소비량의 37% 수준이다. H형강은 주로 건축물의 골조나 토목공사에 쓰인다.
중국산 철강이 싼 이유는 석탄과 철스크랩(고철) 등을 자급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원자재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것도 있지만 제도적 이점을 동원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보론(붕소)강’이다. 보론강은 철에 미량의 보론을 넣어 가공한 것으로 적은 비용으로 철의 경도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용접이 잘 안 될 수 있고 경도가 강해 부러질 위험이 있다.
중국 정부는 특수강 제품에 대해 한국의 부가가치세에 해당하는 증치세를 9% 환급해주고 있는데 보론강이 특수강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국내에 들어오면 일반강과 구분되지 않고 함께 유통된다. 중국 업체들은 안전 문제는 생각하지 않고 단지 비용을 줄이기 위해 보론강을 만들어 한국에 수출하고 있다.
국내 철강업체들은 일부 수입상도 문제라고 말한다. 먼저 중국 업체에 값이 싼 보론강 H형강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산 철강이 한국산으로 둔갑해 유통되는 것도 상당한 물량이다. 국내 철강업체들은 위·변조된 철강재 품질검사증명서(MTC) 유통을 막기 위해 자체적으로 정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큐리얼(QReal)’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김한빈 인턴기자 고려대 대학원 법학과 석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