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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 내려놓겠다더니… 法 만드는 의원들이 法 악용”

입력 | 2014-08-21 03:00:00

[세월호에 꽉 막힌 政局]
‘野 방탄국회 소집’에 비난 봇물, “국민 기만… 노골적 배째라”
檢도 “일부 비리 의원 살리자고, 이렇게 뭉칠지 몰랐다” 성토




‘임시국회 소집공고문’… 지켜보는 시민들 7월 임시국회는 세월호 특별법을 처리하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20일 오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 야당이 단독 요구한 제328회 임시국회 소집공고문이 걸리자 시민들이 이를 보면서 지나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특별법의 조속한 처리를 위한 임시국회 소집이라고 해명했지만 방탄국회 논란이 커지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검찰이 19일 ‘관피아(관료+마피아)’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국회의원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마자 새정치민주연합이 늦은 밤 황급히 임시국회를 소집한 것을 두고 “선거 때마다 특권 폐지를 외쳐놓고 웬 ‘방탄국회’냐”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야당이 기습 임시국회를 소집한 역풍은 거셌다. 여야가 공히 “불체포 특권을 남용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도 의원들이 연거푸 비리 의혹 수사를 받자 다시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서면서 ‘노골적인 특권 누리기’라는 지적이 많았다.

바른사회시민회의 박주희 사회실장은 20일 “이번 방탄국회 소집은 특권의식을 버리지 못한 국회의원들이 법을 악용한 사례다. 비겁하게 특권 뒤에 숨지 말고 억울하면 법에 따라 무죄를 입증하라”고 요구했다. 참여연대 정현백 공동대표는 “국민들의 시민의식이 높아져 의원들의 꼼수는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더이상 숨을 곳이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버이연합 추선희 사무총장은 “국회의원들이 특권을 내려놓지 않는데 관피아가 척결이 되겠느냐”며 “특권을 내려놓겠다던 의원들이 국민을 또 기만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당초 여야는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직전까지 임시국회 일정조차 논의하지 않았다. 그런데 일부 비리 의원들을 살리자고 이렇게 뭉칠 줄 몰랐다”고 탄식했다. 검찰 내부에선 “비난 여론도 의식하지 않는 ‘배 째라 방탄국회’의 단면”이라는 격앙된 반응까지 나왔다.

검찰은 이날 서울종합예술직업학교 입법로비 혐의를 받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60) 김재윤(49) 신학용 의원(62)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65), 철도 비리 혐의의 새누리당 조현룡 의원(69)에게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위해 21일 법원에 출석할 것을 촉구했다. 그럼에도 야당 의원들은 영장 심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야당 의원들이 심문 기일 연기 요청서를 법원에 제출하고 출석하지 않고, 법원이 심문 기일을 미루게 되면 22일부터 임시국회 회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국회에 체포동의안을 보내 표결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하지만 ‘방탄국회’에 대한 비난 여론을 의식해 법원이 기일 연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21일 밤 12시 이전에 서류심사만으로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수도 있다.

이런 복잡한 상황 때문에 검찰이 불체포 특권이 적용되지 않는 21일 검사와 수사관들을 의원들의 자택이나 사무실에 보내 법원이 발부한 구인장을 집행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의원들이 국회나 당사 등에서 버티게 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철도 납품업체로부터 55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20일 검찰 소환조사를 받을 예정인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72)의 경우엔 물리적으로 국회 회기 시작 전에 구속영장 청구가 어려운 상황이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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