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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해야 풀려… 與-野-유가족 3자가 테이블서 만나라”

입력 | 2014-08-22 03:00:00

[세월호에 꽉 막힌 政局]유가족-시민 등 25명 인터뷰




세월호 특별법 문제가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면서 세월호 유가족들과 일반 시민, 시민단체 등은 일제히 실망감과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들은 사태 해결을 위한 여야 정당과 청와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일각에선 여야와 유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3자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자는 의견도 나왔다.

○ “장기전으로 갈 사안이 아닌데 안타깝다”

본보 취재팀은 21일 세월호 특별법 협상 과정 전반에 대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듣기 위해 전화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에는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 유가족 7명 △일반인 유가족 5명 △일반 시민 5명 △시민단체 3명 △전남 진도 주민 5명 등 총 25명이 응했다.

설문에 응한 사람들은 우선 진전 없이 원점으로 돌아가 버린 현 상황에 대해 한목소리로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단원고 학생 고 임경빈 군의 어머니 전인숙 씨(43)는 “이 상황까지 되기를 바란 사람은 아무도 없었는데, 가장 우려했던 상황까지 와버렸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 재합의 과정을 지켜본 이들은 정치권의 노력은 인정하면서도 진실 규명보다 정치논리에 따른 협상 과정이 더욱 주목받게 됐다고 지적했다. 단원고 학생 유가족 이모 씨(43)는 “세월호 특별법과 특검 중 어느 것이 진상규명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만 따지면 쉽게 결론 낼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세월호 유가족들과 시민 대부분은 세월호 특별법 논쟁이 장기화하면서 여론이 달라지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 김모 씨(32)는 “동료나 이웃들이 ‘지겹다’는 반응을 보이는 횟수가 갈수록 늘어나 미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39일째 단식 중인 김영오 씨(단원고 희생자 고 김유민 양 아버지)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도 장기전은 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여야, 청와대, 유가족 모두 양보해야”

책임 소재에 대한 답변은 다양했다. 여당의 책임을 지적한 사람들은 거대 여당의 책임감과 의지 부족을 언급했다. 단원고 희생자 고 정동수 군의 아버지 정동욱 씨(44)는 “여당이 ‘우리는 다 해줬는데 가족들이 반대한다’며 가족 탓을 하겠지만, 정부가 선호하는 특별검사가 정부 잘못을 제대로 밝힐 것이라고 믿을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의 잘못이 크다고 지적한 시민 김민지 씨(27·여)는 “야당이 합의를 파기하고 재합의했는데 유가족을 설득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정치권을 불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언제든 유가족을 만나겠다고 한 박근혜 대통령이 실제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꼬인 상황을 해결할 키워드로 이들은 ‘양보’를 꼽았다. 여야는 물론이고 유가족도 자기 입장만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 지성진 씨(47)는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 서로가 서로의 입장만 계속 주장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단원고 학생 유가족 이모 씨(42)도 “장기전으로 가면 생업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고 걱정했다.

○ 여야와 유가족 참여하는 ‘3자 협상’ 필요

장기전을 피하기 위해 3자 협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세월호 승무원 고 양대홍 사무장의 형 양대환 씨(56)는 “여야와 유가족 대표가 한자리에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3자 회담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재근 참여연대 정책기획팀장(41)도 “정치권과 유가족이 직접 만나 국면을 정리할 필요가 있는데 여당인 새누리당은 유가족을 만나려 하지 않는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가족들을 만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컸다. 응답자 25명 중 14명이 현재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주체로 박 대통령을 꼽았다. 대통령이 리더십을 발휘하면 여당이 태도를 바꾸고, 사태 장기화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단원고 희생자 고 양온유 양의 아버지 양봉진 씨(48)는 “청와대의 의지가 중요하다. (대통령이) 분명 세월호 관련 사고 수습은 정부와 청와대가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지켜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도 주민 조윤환 씨(54)도 “대통령이 나서 양해를 구하고 단식을 중단시켜야 한다. 그래야 정부가 사태 해결을 하겠다는 진정성이 전달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건혁 gun@donga.com / 박성진·최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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