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봉서원 터서 고려 불교유물 77점 발굴
1000년의 베일 벗고… 서울 도봉서원 터에서 발굴된 금동제 금강령. 불교의식에 쓰는 금강령은 12세기 중반 이전 제작된 것으로 제작기법이 우수하고 보존 상태가 뛰어나 국보급 지정 가능성이 높다. 오대명왕상과 사천왕상이 함께 새겨진 금강령은 중국 일본에서는 찾아볼 수 없어 고려에서 자체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길이 19.5cm, 무게 621.8g.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정암 조광조를 추존하기 위해 세운 서울 도봉서원 사당터에서 출토된 금동제 금강령(金剛鈴)은 은은한 광이 났다.
12세기 중반 이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금강령은 고려시대 금속공예의 정수를 품고 있었다. 몸체부(部)에 부조된 오대명왕상(五大明王像)과 사천왕상(四天王像)은 종이 위에 스케치한 것처럼 정교했다. 오대명왕 중 하나인 오추사마명왕의 몸을 휘감은 뱀의 똬리, 사천왕이 든 칼과 활은 생동감 넘쳤다. 손잡이에는 단아한 연꽃잎이, 고부(고部)에는 역동적으로 다섯 갈래로 뻗은 번개가 있다. 종을 울리는 잉어 모양의 탁설(鐸舌)의 비늘과 지느러미도 선명했다.
이번에 발견된 금강령은 고부가 파손된 순천 송광사 금동요령(보물 제176호)보다 보존 상태와 제작 기법이 뛰어나 국보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
주경미 문화재청 전문위원은 “지금까지 발견된 금강령 중 가장 제작기법이 뛰어나고 보존 상태도 우수하다”며 “오대명왕과 사천왕이 한꺼번에 새겨진 금강령은 중국 일본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이어서 고려시대에 자체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