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기만의 기준이 있어야 해요. 상황 논리에 휩쓸려서, 혹은 다른 사람의 말만 믿고 선택을 하다가는 크게 다쳐요. ―어느 특별한 재수강(곽수일 신영욱 지음·인플루엔셜·1만4800원) 》
40년 교직 생활을 마치고 정년퇴직한 노교수와 대학 시절 그에게 수학한 제자가 30여 년 만에 다시 만났다. 학교 다닐 때는 ‘생산관리’라는 과목을 들었지만 이번에는 ‘생사(生死)관리’가 주제다. 두 사람은 잘 살고 잘 마무리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제자가 물었다. “교수님께도 어려운 선택의 순간이 있었습니까?” 교수가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 “세 번 있었지.” 한 번은 미스코리아 대회에서 심사위원이 돼 달라고 했고, 한 번은 방송국에서 명사 요리 코너에 나와 달라고 했고, 또 한 번은 당시 세계 최대 노트북 회사에서 한국 광고 모델이 돼 달라고 제안을 했단다. 미스코리아 심사는 재미있어 보였다. 명사들을 초대해서 음식을 대접하는 콘셉트의 방송 프로그램은 이름 있는 다른 원로들과 함께 초청됐다는 데 의미를 둘 만했다. 광고는 그저 노트북만 들고 서 있으면 되는데 모델료가 엄청났다.
교수의 논린즉 이렇다. 우리는 매일 다양한 종류의 선택을 한다. 하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는 결정권이 없다. 최상의 선택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과가 형편없을 때도 있고, 어쩔 수 없이 선택했는데도 성공할 때가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자신만의 기준이다. 기준 없이 선택했다가 예상과 다른 결과에 부딪치면 그로 인한 변화를 감당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수가 세운 기준은 “내가 주도적으로 하는 선택인가, 내가 살아온 삶이나 앞으로 살아갈 삶의 본질을 해치지 않는 선택인가를 물어 하나라도 ‘아니다’라는 답이 나오면 그 선택은 하지 않는다”였다. 무언가 선택해야 할 사안을 앞에 두고 고민 중인 당신이라면 자신만의 기준부터 다시 살펴보면 어떨까.
최한나 기자 h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