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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설명간호사’가 진료상담… ‘의료서비스 디자인’ 부산 부민병원

입력 | 2014-08-25 03:00:00

[우리 동네 착한병원]




부산 부민병원은 환자들이 불편해하는 사항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해 이를 의료 서비스에 반영하고 있다. 병원을 찾은 한 환자가 로비에 설치된 설명간호사 부스에 찾아가 궁금한 사항을 질문하고 있다(위 사진). 병원 관계자가 말복 이벤트로 환자들에게 수박을 나눠주고 있다. 부민병원 제공

환자들에게 병원은 반갑지 않은 공간이다. 질병에 대한 두려움, 치료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 등…. 불안한 감정은 쉽게 떨쳐지지 않는다. 극도의 민감한 상태에 처해있는 환자를 위해 병원은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 환자가 실제 느끼는 불편함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전 직원이 팔을 걷어붙인 곳이 있다. 바로 ‘의료서비스 디자인’에 앞장서고 있는 부산 북구의 부민병원.

○ 환자에 대한 배려

의료서비스 디자인이라는 다소 생소한 이 용어에 대해 권정아 부민병원 책임간호사는 “환자들이 불편해하는 사항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의료서비스 디자인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대부분의 병원들은 병원 내 인테리어, 공간 재배치 등 하드웨어적인 측면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지만, 이제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환자에게 감동을 주는 의료 서비스가 없다면 병원이 살아남기 힘들다. 부민병원은 환자의 대기시간과 진료시간 측정은 물론이고 고객만족도를 조사해 그 결과를 철저히 반영하고 있다. 최근 위 내시경 검사 시 노인 환자의 틀니를 보관하는 보관함을 만든 것도 이 같은 노력의 산물이다.

2월엔 직원들의 아이디어로 진료 순서 안내도를 새로 디자인했다. 기존 안내지는 글자로 설명돼 있었지만, 바뀐 안내지엔 글자를 줄이고 그림 설명을 활용했다. ‘채혈실’ ‘근전도 검사’ 등 어려운 용어도 핏방울이 떨어지는 비커 그림, 손바닥 주변에 번개가 치는 그림 등과 함께 표기했다. 14일 병원을 찾은 김판철 씨(40)는 “진료순서 안내도에 있는 진료실 이동 순서나 검사 내용 등이 이해하기 쉽다”며 만족해했다.

환자를 위한 서비스를 실천하기 위해선 의료진의 참여도 필수다. 이 병원은 의사에게도 진료시간을 정확히 지킬 것을 당부하며 진료시간 문자 알림 서비스를 하고 있다. 진료 담당 간호사는 매일 외래 진료 의사들의 스케줄을 체크한 뒤 ‘진료시간 30분 전 입니다. 진료시간 준수에 협조해 주시길 바랍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의사에게 보낸다.

○ 설명간호사제 도입으로 대기시간 단축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한 ‘설명간호사제’도 부민병원이 도입한 의료서비스 디자인의 대표적인 예다. 14일 오전 일주일 전 받았던 피 검사 결과를 확인하러 온 환자 윤희자 씨(58)는 “암 검사를 하루 만에 다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해 설명간호사 부스에 가서 질문했다”며 “간호사가 ‘암 진단 관련 검사로는 컴퓨터 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초음파 검사 등이 있는데 검사실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피 검사 결과에 따라 어떤 검사들을 추가로 받아야 할지 살펴봐야 한다’ 등 자세히 설명해 줘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본관 1층 원무과 바로 옆에 위치한 설명간호사 부스는 일반 병원 로비에 있는 ‘안내 데스크’와 다르다. 진료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수간호사가 직접 상담해주기 때문. 환자들은 설명간호사 부스로 진단 결과지를 들고 와 문의하기도 하고, 증상이 애매한 경우 어느 과에서 진단을 받아야 하는지도 묻는다.

설명간호사 부스는 환자들과 실시간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구은정 수간호사는 “설명간호사제가 도입되기 전엔 일부 환자들이 원무과에 접수하는 도중 궁금한 사항을 문의해 접수 대기시간이 늘어나곤 했다”며 “행정직원들과 달리 설명간호사들은 관련 내용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 치료 성과 그 이상의 서비스

부민병원의 올해 경영 목표는 ‘서비스 디자인과 혁신으로 고객가치를 창출하자’다. 4월에는 서울, 부산, 구포 3곳에 있는 부민병원 의료진과 부서장 등 총 100명이 모여 ‘의료서비스 디자인 워크숍’도 진행했다. 병원을 찾는 고객들을 위해 의료진과 직원들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어떤 비전을 공유해야 하는지 등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정흥태 부민병원 이사장은 “의료서비스 디자인은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메이요 클리닉 등 세계 유수의 병원에서 10여 년 전 이미 시행됐다”며 “국내에선 아직 체계적으로 정착되진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이상 치료 성과만으론 병원 서비스가 차별화될 수 없을 것이라고 정 이사장은 덧붙였다.

부민병원에는 현재 의료서비스 디자인만을 위한 혁신팀이 있다. 혁신팀은 서비스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환경 디자인 팀으로 구성돼 있다. 각 팀은 대기시간 단축, 진료 면담 커뮤니케이션 개발, 진료 동선 지도 개발 등 각종 개선과제들을 발굴해 추진 중이다. 정 이사장은 “현재 전문가, 교수 등 외부 인사와 함께 의견을 나누고 있다”며 “의료서비스 디자인은 한시적인 병원 캠페인 활동이 아닌, 지속적인 개선과 관리가 필요한 분야”라고 강조했다.













▼[선정위원 한마디]“단순 치료 넘어 ‘환자와의 공감’ 돋보여”▼

착한병원 위원들은 ‘환자와의 공감’을 주요 키워드로 내세우고 있는 부민병원에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의료서비스 디자인에 환자를 배려하는 진심이 담겨 있다는 평이다. 대한병원협회 사업이사인 유인상 위원은 “병원 시설이 아무리 좋아도 환자가 병원 주차장에서 주차요원과 싸우면 이 병원에 다시는 가지 않게 된다”면서 “그래서 환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세심한 의료서비스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유 위원은 “설명간호사제 같은 서비스는 병원의 이미지뿐 아니라 직원들의 자부심 또한 높일 수 있는 제도”라며 “전문지식이 있는 직원이 직접 나서서 환자를 도와주면, 환자와 보호자도 불안감을 크게 덜 수 있다”고 말했다. 경영학석사(MBA) 출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배지수 위원도 “부민병원의 의료서비스 디자인은 고객을 향한 커뮤니케이션의 주체를 전문가에게 맞추는 최근 추세를 잘 반영했다”며 “의료진이나 수간호사 등 전문가들이 환자들과 소통하는 모습이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위원들은 “부민병원은 효율적인 서비스 운영은 물론이고 질적인 관리 또한 힘쓰고 있다”며 “환자 중심 서비스를 실천하려는 많은 병원들에 귀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우리 동네 착한병원’의 추천을 기다립니다. 우리 주변에 환자 중심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이 있으면 병원 이름과 추천 사유를 동아일보 복지의학팀 e메일(healt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부산=최지연 기자 lim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