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유통혁명]<上>스토리가 있는 직거래 쇼핑몰
포도수확 모습 詩형태로 설명하고… 벌레사진 보여주며 무농약 입증
기존 6, 7단계 유통거품도 걷어내… 먹거리 관심 소비자들 큰 호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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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장 구월은 포도가 익어가는 시절/십수해를 지나 익은 말들이 알알이 들어와 박혀/(중략)/풍뎅이와 비암(뱀)들이 한 앙큼 노나 먹고/남은 것을 소쿠리에 담는다.’
포도식초를 판매하는 농산물 온라인 유통회사인 ‘둘러앉은 밥상(둘밥)’은 인천 중구 무의도의 농장인 실미원에서 포도를 수확하는 과정을 자작시(詩)의 형태로 온라인 쇼핑몰(www.doolbob.co.kr)에 소개했다. 밭에 있는 잡초와 달팽이까지 보여주며 신순규 농부 일가가 ‘무농약, 무비료, 무제초제’로 포도를 재배하는 과정을 상세히 담았다.
2010년에 창업한 둘밥의 지난해 매출액은 3억 원에 육박한다. 올 추석에는 오리콤과 제일기획 등 대기업도 거래처로 확보했다. 현재 충남 당진시 문구현 농부의 단호박, ‘유기농 효덕목장’의 자연 숙성 치즈, 충남 예산군 박은서 농부의 6년근 인삼 등을 판매한다.
둘밥은 농산물 재배 과정과 농산물에 대한 지식, 요리법 등을 잡지처럼 소개한다. 농산물과 함께 일종의 ‘애그리콘텐츠(agri-contents·농업+콘텐츠)’를 판매한다. 원산지와 재배 과정 등에 신경 쓰는 소비자들이 이런 방식의 판매를 선호한다.
특히 둘밥은 직거래를 통해 ‘농부는 제값을 받고, 소비자는 싸게 사는 쇼핑몰’을 지향한다.
“농산물이 6, 7개의 유통 단계를 거치며 소비자가격이 10배까지로 부풀려져요. 심지어 전남 순천시에서 수확된 감의 상당수가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 올라와 경매됐다가 다시 전남지역에 내려와 팔리는 모순도 봤습니다.”
둘밥은 고령의 농부를 대신해 젊은 감각을 무기로 온라인 시장에서 눈길을 끌 만한 내용으로 농산물을 홍보한다. 농산물 포장지의 디자인 개선까지 거들고 있다. 한 대표는 좋은 농산물을 골라주고 설명까지 해주는 ‘농산물 큐레이터’인 셈이다.
한 대표는 “좋은 농산물을 소비하려는 도시인과 정직한 농부들을 연결해 다 같이 잘 먹고 잘 사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