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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공항 2023년 포화… 영남권 신공항 필요”, 밀양-가덕도 사활건 유치전 재연되나

입력 | 2014-08-26 03:00:00

MB공약… 양측 갈등에 백지화, 朴대통령 대선때 다시 내걸어
일각 “정치논리 개입된 탓” 지적… 국토부 “中관광객 등 항공수요 늘어”




영남권 항공수요가 급증해 2023년에는 김해공항의 활주로가 사실상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던 ‘영남권 신공항’ 입지선정 작업에 착수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예측이 이명박 정부 때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영남권 신공항 건설계획을 백지화하면서 정부가 밝혔던 예측결과와 큰 차이가 나 ‘정치논리’가 개입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영남지역 항공수요조사 연구’ 용역 최종보고회를 열고 김해공항 등 영남지역 5개 공항의 장래 항공수요 예측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영남지역 공항 가운데 이용객이 가장 많은 김해공항의 항공수요는 연평균 4.7%씩 늘어 2030년에는 현재(2013년 기준 967만 명)의 2배 이상인 2162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이런 증가 속도라면 항공수요가 1678만 명에 이르는 2023년경부터 김해공항의 활주로가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국토부는 예상했다.

이와 함께 대구공항의 항공수요도 연평균 5.4%씩 늘어 2030년에 지난해(108만 명)의 2.57배인 278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울산, 포항, 사천공항 등 3개 공항을 이용하는 승객 수는 같은 기간 83만 명에서 103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관측됐다.

최정호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연구에 따르면 장래 항공수요 증가에 대비한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신공항의 입지, 규모, 경제성 등에 대한 사전 타당성검토 용역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남권 신공항 건설은 당초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다. 하지만 후보지인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을 놓고 부산·경남(PK)과 대구·경북(TK) 간 유치경쟁이 극심한 지역대결 양상을 보이자 정부는 2011년 3월 2곳 모두 경제성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백지화했다.

이후 박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서 다시 공약으로 내걸었고 이번 연구용역 조사결과에 따라 재추진의 동력을 얻게 됐다. 하지만 영남권 신공항 추진 여부의 근거가 되는 수요 예측치가 지난 정권과 현 정권에서 판이하게 나오면서 대규모 국책사업이 정치논리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조사시기와 국내외 경제여건이 달라져 예측결과에 큰 차이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정부는 ‘김해공항의 국제선 운용 여력이 2027년까지는 충분하다’는 2009년 국토연구원의 조사를 토대로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했다. 당시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여서 장래 항공수요를 매우 보수적으로 추정했다는 것. 그러나 이후 저가항공사들이 급성장하고 지방공항을 이용하는 중국 관광객 수요 등이 급증하며 예측치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또 올해 조사는 부산 대구 울산 경북 경남 등 영남권 5개 광역자치단체의 요청에 따라 국토연구원을 배제하고 프랑스 파리공항공단(ADP)과 한국교통연구원을 참여시켰다.

국토부는 조만간 입지별 경제성을 따지는 사전 타당성검토 용역을 줄 방침이다. 결과가 나올 내년 9월경까지 이 지역 지자체들 간의 사활을 건 유치전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조사방식 등을 놓고 대립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