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혁신'골든타임'] <2>국회가 달라져야 정치가 달라진다/정당 충원구조 바꾸자
○ 유명무실한 공천 기준, 횡행한 돌려 막기
이번 재·보선에서는 원칙 없는 ‘돌려 막기’가 많았다. 새누리당은 경기 평택을에 공천을 신청한 후보자를 경기 수원정(영통)에 공천했다. 새정치연합은 광주 광산을에서 출마를 선언한 후보자를 서울 동작을로 끌어올렸다. 아무 연고가 없는 곳에 지도부가 내키는 대로 내리꽂았다. 지역 유권자의 의사는 고려 대상이 전혀 아니었다. 여야 지도부는 ‘당선 가능성’을 이유로 꼽았지만 객관적인 증빙 자료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원칙이 없다’, ‘유권자를 우습게 본다’는 고백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선거 때마다 정당들은 공천 기준, 방식을 두고 고심한다. 2012년 4월 총선 전 여야는 ‘하향식 밀실 공천’이라는 여론의 비판을 의식한 듯 ‘상향식 공천’을 다짐했다. 새누리당은 △지역 주민의 신망 △당선 가능성 △정책 입안 능력 등을, 민주통합당(새정치연합 전신)은 △정체성 △기여도 △의정활동 능력 등을 주요 공천 기준이라고 공개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행정학)는 “현재 정당에는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 공천 기준이 없다”며 “공천 기준을 점수화한 표준화된 공천지수를 만들어 공천 과정의 투명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 지역주의의 유혹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각각 영남과 호남을 지지기반으로 한다. 이 지역적 지지기반이 여야 지도부에는 유혹이다. ‘공천만 되면 당선’인 지역에서의 공천권을 미끼로 자신의 당내 권력기반을 유지,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정호 부경대 교수(정치외교학)가 분석한 역대 총선 결과에 따르면 15∼19대 총선에서 영·호남 현역의원은 절반가량이 폐쇄적인 하향식 공천을 통해 물갈이됐다. 이 교수는 “영·호남 정치인의 정치적 운명은 유권자가 아닌 정당 지도부가 결정했다”며 “선거는 요식행위에 불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당 지도자들은 지역주의를 등에 업고 정치 쇄신과 참신한 인물을 요구하는 따가운 여론을 피할 수 있었다.
○ “공천 혁신해야 국회도 혁신된다”
20대 총선을 1년 8개월가량 앞두고 여야에서는 상향식 공천을 앞다퉈 공언하고 있다. 일부 현역 의원들은 벌써부터 지역구를 찾아 주민 표심 다지기에 나섰다. 하지만 자신의 지역구가 여성과 정치 신인을 배려한 전략공천 지역으로 분류될까 봐 걱정하는 분위기도 있다.
공천의 실질적 결정이 당 지도부에서 이뤄지고, 정치적 생존율이 50%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의원들이 의정 활동에 전력을 다할 합리적 이유를 찾기는 어렵다. 이런 공천 구도에서는 의원들이 해당 상임위원회의 전문성을 연마해 행정부를 견제하거나, 적극적으로 정책 어젠다를 개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중앙정부에 과도하게 의지하는 지방의 특성상 지역구 예산을 따내는 데는 신경을 쓴다.
결국 정치엘리트의 충원이나 공직후보 선출을 지역 선거구가 결정하는 영국 독일 등 유럽 대부분의 국가나, 당원이나 일반 주민이 참여하는 예비선거를 통해 후보가 결정되는 미국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 의원들이 유권자보다는 정당 또는 계파 지도자를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임성호 경희대 교수(정치외교학)는 “공천에 의원들의 의정활동 평가를 반영해야 행정부에 대한 견제, 감시 기능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