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마크를 빛낼 스타]<2>리듬체조 손연재
시상대의 가장 높은 곳은 아니었다.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0·연세대)의 목에서 반짝이는 메달은 금빛이 아닌 구릿빛이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 리듬체조 개인종합에서 그는 한국 리듬체조 역사상 최초로 개인종합 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시상식 뒤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동메달에 안주할 수는 없어요.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 금메달을 향해 뛸 겁니다.”
그로부터 4년 뒤. 그는 지금 러시아 노보고르스크에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그곳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다. 이전 시즌보다 두 달 일찍 훈련에 돌입한 손연재는 후프, 볼, 곤봉, 리본 등 네 종목의 프로그램을 새롭게 구성했다. 배경음악을 모두 변경하고 안무도 대대적으로 손봤다. 프로그램의 난도를 지난 시즌보다 높였다. 이유는 하나다. 4년 전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 그는 “아시아경기가 인천에서 열리기 때문에 부담도 되지만 더욱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여 좀 더 확실하게 연기를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8월 불가리아 월드컵을 마친 뒤 그는 전지훈련지로 다시 돌아가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문 매니저는 “체력을 보완하면서 연기의 완성도를 더 다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전 감각 유지를 위해 그는 인천 아시아경기 전까지 2개의 월드컵과 세계선수권대회를 치른 뒤 9월 말 인천에 입성할 계획이다.
4년 전의 아픔은 더이상 손연재에게 없다. 자신의 첫 아시아경기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손연재는 두 번째 도전인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서겠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4년 넘게 홀로 러시아에서 땀을 흘렸다. 누구보다 먼저 훈련장으로 가 가장 늦게 훈련장에서 나온 손연재다. 동아일보DB
전문가들은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그가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첫 개인종합 금메달을 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그의 개인종합 세계랭킹은 6위로 아시아 선수 중 최고다. 그의 경쟁 상대로는 드자밀라 라흐마토바(15위), 엘리자베타 나자렌코바(16위·이상 우즈베키스탄), 미나가와 가호(18위·일본), 덩썬웨(26위·중국)가 꼽힌다. 김주영 리듬체조 국가대표팀 코치는 “리듬체조 특성상 당일 컨디션을 잘 유지하고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손연재가 금메달을 획득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 경쟁자는 손연재 자신뿐이다”고 말했다. 문 매니저는 “손연재 자신도 지금 기량이 최고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한다면 안 된다는 절박함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자신감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아시아경기 금메달은 손연재에게 마침표가 아니다. 그는 인천에서 가장 높은 별로 우뚝 선 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세계 최고의 별로 올라설 계획이다. 인천 아시아경기는 그에게 시작점일 뿐이다.
16세에 아시아 3위 손연재가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 리듬체조 개인종합에서 동메달을 딴 뒤 환하게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