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야구 월드시리즈 대표팀 통역 이알참씨가 본 우승 순간
결승 상대인 ‘재키 로빈슨 웨스트 리틀리그(시카고)’ 팀에 8-1로 앞선 채 마지막 6회말을 시작할 때만 해도 큰 걱정은 없었습니다. 그러다 무사 2, 3루가 되니까 손에 식은땀이 나더라고요. 8-4가 됐을 땐 진짜 걱정이 됐어요. 결국 동완이가 진짜 멋진 수비를 해준 게 발판이 돼 이길 수 있었습니다. 승리를 확정하고 아이들은 서로 몸에 물을 뿌리느라 난리가 났습니다. 1985년 이후 29년 만의 우승. 아이들이 어른들의 꿈을 대신 이뤄준 겁니다.
사실 마지막 결승전보다 일본과 국제그룹 결승전을 앞둔 24일이 더 떨렸습니다. 전날 밤 아이들과 초콜릿, 과자를 걸고 게임을 했습니다. 아이들은 오히려 어른들을 보고 걱정하지 말라는 듯 아주 신나게 웃고 떠들더라고요. 그 덕에 미국 중계진이 한일 라이벌 구도에 대해 질문했지만 “이건 아이들의 야구 경기이고, 우리 아이들은 그런 것 신경 쓰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었습니다.
경기 앞뒤로는 그렇게 순수하게 축제를 즐기던 아이들이었지만 필드 안에서는 달랐습니다. 야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모두가 자기 몫 이상을 해줘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권규헌 김동혁 김재민 문태민 박지호 신동완 안동환 유준하 윤준혁 전진우 최해찬 한상훈 황재용, 너희들 모두 정말 자랑스럽다!
처음에 저는 아이들의 잔치이니 이기든 지든 후회 없이 아이들과 열심히 놀다 오려고 했습니다. 우승보다 아이들에게 평생 남을 추억을 가지게 해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경기를 시작하니 솔직히 욕심이 났습니다. 떨리기도 무척 떨렸고요. 그 상황에서 신경이 예민해져 있는 코칭스태프 지원하랴, 선수들 격려해 주랴, 심판이나 진행요원들과 통역하랴 완전히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승리하니 이 모든 게 말끔히 씻기더군요. 결국엔 스포츠니까요.
경기가 끝나고 동완이가 외신 기자들에게 “청와대에 가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고 말하는 걸 통역했습니다. 대통령님, 만나 주실 거죠?
정리=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