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오피스 1위 오르며 관객 600만 돌파 ‘해적’의 손예진-김남길
여자 해적 두목 여월로 나오는 손예진. “내 안의 익숙한 여성성이 나올까봐 걱정돼 눈에 힘을 주고 연기하느라 힘들었다”더니 영화에선 특유의 눈웃음을 볼 수 없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어리바리한 산적단 두목 ‘장사정’을 연기한 김남길. ‘캐리비안의 해적’ 조니 뎁 분장과 비슷하다는 지적에 “산에 고립된 산적이어서 스타일리시한 부분은 생략했다”고 반박했다.
격전을 치른 탓일까. 주인공 손예진과 김남길은 왠지 동원훈련 온 ‘예비군’ 같았다. 외모야 끝내주게 멋지지만, 치열한 시간 뒤 이젠 좀 느슨하고 껄렁해진 분위기랄까. 꽤나 진지한 손예진이 액션연기 소감을 혹한기 훈련 고생담처럼 털어놓는 ‘술자리 복학생’이라면, 유쾌한 김남길은 앞으로의 사회생활에 대한 고민이 엿보이는 ‘졸업반 복학생’ 같았다.
―화려한 액션신이 큰 분량을 차지하는 영화다.
▽손=찍는 내내 다신 액션영화 안 할 거라 수백 번 다짐했다. 이전에도 한두 번 와이어를 타보긴 했지만 아무나 하는 게 아니더라. 이를 악물고 버텼다. 근데 끝나니 묘한 희열이 몰려왔다. 아, 이 맛에 하나 보다 싶은?
▽김=에이, 괜한 엄살이다. 잘만 하더구먼. 개인적으로 액션을 사랑한다. 액션감독이 드라마 ‘선덕여왕’을 같이 해 호흡도 좋았다. ‘해적…’에선 창을 다루는 장면에 애착이 컸다. 액션 하나도 이전 작품과 다른,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려 애썼다.
▽김=진지한 역을 주로 했는데, 이런 ‘허당’이 원래 성격에 맞다. 제대하고 처음 찍은 드라마 ‘상어’는 힘이 들어가 억지스러웠다. 나 자신에게 실망이 컸다. 이번엔 다 내려놓고 편하게 연기했다. 연기 잘하는 선배가 많아 자연스레 녹아드는 데 중점을 뒀다.
▽손=여성 해적 두목이란 역이 맘에 들었다. 한국영화에선 볼 수 없었던 캐릭터 아닌가. 이런 대작은 도전할 기회가 많지 않다. 도전도 안 해보고 스스로 연기 폭을 제한하긴 싫었다.
―고생한 만큼 결과에도 만족하나.
▽손=지금까지 100% 만족한 작품은 하나도 없다. 매번 아쉽고 반성한다. 하지만 해적은 온 가족이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것저것 욕심내면 배가 산으로 갔을 것이다. 우린 최소한 산에서 바다로 간 영화 아닌가.
―상어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을 맞췄다.
▽손=그만 봐야지, 지겹다.(웃음) 우리가 편했던 만큼 관객들도 편안하게 봐줬기를 바란다.
▽김=손예진이란 좋은 배우와 연기하는 건 행복하고 고마운 경험이었다. 좋은 작품에서 또 만나고 싶다. 이렇게 말하면 많이 미안해하겠지?
―흥행할 거란 자신감이 있었나.
▽김=현장 분위기가 좋았다. 왠지 모를 믿음이 있었다. 다 함께 버무려낸 왁자지껄함이 화면에 그대로 전해졌다. 속편이 나왔으면 좋겠단 기대도 크다.
▽손=언제나 작품이 나오고 나면 걱정이 많은 편이다. 다만, 이번엔 누군가 혼자 이끌기보단 다 함께 이만큼 끌고 왔다는 뿌듯함이 있다. 흥행이야 관객과 하늘이 정해주는 거니까.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