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킹 스피커에 7인치 LCD가 달린 제품이 나왔다. 스피커의 역할이 '주'이고, 디스플레이는 '부'다. 8월 25일, 티브이로직(www.tvlogic.co.kr)이 작은 휴대용 TV 같은 디자인의 'Cast-Fi 7(캐스트파이7)' 도킹스피커를 선보였다. 디스플레이 덕에 스피커임에도 음악은 물론 영상까지 감상할 수 있다. 그동안 방송용 및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에 집중하던 티브이로직이 일반 소비자를 타깃으로 내놓은 제품이다.
가장 호기심을 잡아 끄는 것은 구글 크롬캐스트 연동 기능이다. 제품 옆면에 크롬캐스트를 꽂아 유튜브, 티빙, 호핀 등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생생한 사운드로 뮤직비디오, 영화, 드라마 등을 즐기기에 적당하다.
뿐만 아니라 HDMI 단자를 통해 DVD 플레이어, dvix 플레이어, 블루레이 플레이어, 노트북 등과 연결해 스피커로 쓰거나 TV의 사운드바로도 활용 가능하다. 가격은 36만 원이다. 9월 중 출시 예정이며, 특별 사은품 행사도 마련되어 있다.
크롬캐스트 연동이 핵심 기능
캐스트파이7의 가치는 크롬캐스트를 활용할 때 더욱 빛난다. 제품 옆면에 5V의 USB 출력 단자가 있다. 이곳에 크롬캐스트를 끼워 스마트폰과 연동하면 유튜브 등의 방대한 무료 콘텐츠를 손쉽게 감상할 수 있다.
제품 개발에 대한 아이디어는 이혁 이사가 지난해 미국을 찾았을 때 나왔다. 그는 전자 제품 판매점 '베스트바이'에서 운 좋게 할인가 30달러에 크롬캐스트를 샀다. 호텔 방에 돌아와 크롬캐스트와 TV를 연결해 이것저것 둘러보다, 문득 '크롬캐스트를 이용해 음악을 듣는 제품을 개발하면 괜찮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미 유튜브를 통해 음악을 듣는 문화가 보편적으로 퍼져있고, 고품질의 음원이 영상 형태로 유튜브에 많이 올라와 있는 상황이었기에 활용성도 높아 보였다.
미국 등 해외에서 크롬캐스트의 인기가 높은 것도 제품 개발을 시도해볼 만한 요인 중 하나였다. 캐스트파이7이 기존 크롬캐스트 구매자들의 마음을 잡아 끈다면 빠르게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거라 봤기 때문.
음향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보이는 제품
캐스트파이7의 개발은 티브이로직이 이미 높은 수준의 디스플레이 및 음향 기술을 갖추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색 구현력이 중요한 방송용 모니터 시장 점유율 1위인 티브이로직의 기술력이 7인치 디스플레이에, 고급 오디오 장비 브랜드 오렌더(aurender)의 기술력이 스피커에 녹아들었다.
티브이로직 이경국 대표는 "최근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이동하는 것이 큰 흐름이 됐으나 유독 오디오 부분만 정체되어 있다"며, "이에 티브이로직이 캐스트파이7을 내놓고 하이파이(hi-fi) 관련 오디오 시장을 선도하려 한다"고 밝혔다.
스피커이기에 그 음질이 가장 궁금할 터. 마케팅팀 신수근 부장은 프레젠테이션 첫머리에 '백문이 불여일청'이라는 문구와 함께 제품 시연부터 시작했다. 크롬캐스트와 연동해 캐스트파이7으로 유튜브 동영상을 틀자 18 x 22.5 x 14cm의 작은 크기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크고 맑은 소리가 90평의 행사장을 가득 채웠다. 당일 시연했던 영상은 가수 에일리가 부른 '윤복희 - 여러분'이었다. 시원시원한 고음이 뻗어져 나갈 때마다 행사 참석자들의 표정에 놀라움이 내비쳤다.
신 부장은 '시연이 끝난 후 매번 두 가지 질문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 질문들은 기자가 떠올렸던 것과 정확히 같았다. 첫째, 정말 추가 스피커 없이 작은 스피커 하나로만 낸 소리가 맞는지에 관한 것이다. 맞다. 신 부장은 이에 대해 "작은 스피커에서 크고 맑은 소리가 나올 수 있는 게 기술력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캐스트파이7은 팀파나 사운드 디자인(Tympana Sound Design)을 적용했다. 1인치 트위터와 3인치 우퍼를 내장했고, 최대 30W까지 출력할 수 있는 디지털 직출력 오디오 앰프를 탑재했다. 참고로 이 오디오 앰프는 최상의 음질을 위해 24W로 출력을 제한했다.
제품 프레임 전체를 알루미늄으로 구성한 것도 사운드 구현에 힘을 더했다. 스피커 크기가 작음에도 큰 음량을 소화할 수 있는 것은 플라스틱이 아닌 묵직한 알루미늄이 중심을 잡아주기 때문이다. 거기다 오렌더의 하이파이(hi-fi) 오디오 개발자들이 튜닝한 것이기에 깔끔한 음을 기대할 수 있다.
덧붙여 설명하자면, 편의성을 강조했음에도 캐스트파이7은 블루투스 기능이 없다. 이에 대해 이경국 대표는 “고음질 음원의 경우 대역폭이 좁은 블루투스 기능으로 전송하면 기대에 못 미치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이보다는 HDMI나 USB 입력 방식을 이용해 음악을 재생해 사용자들이 캐스트파이7의 사운드 구현 능력을 느끼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질문은 ‘유튜브에도 이렇게 좋은 음질의 영상이 올라와 있는지 몰랐다’는 내용이다. 잘만 찾으면 꽤 좋은 음원 영상이 많다. 최근 무손실 압축 음원(FLAC)을 제공하는 음악 서비스 '벅스'도 크롬캐스트 지원 목록에 이름을 올렸기에 더 높은 사용성도 기대할 수 있다.
새로운 시장 개척, 소비자의 마음 흔들까
일단 캐스트파이7은 재미있어 보이는 제품이다. 스피커에 디스플레이를 접목한 부분도 흥미롭고, 디자인도 깔끔히다. 가격도 36만 원(부가세 포함)으로 납득할 만한 수준이다.
다만, 제품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크롬캐스트 연동이 필수인 상황에서, 크롬캐스트를 지원하는 국내 서비스가 많지 않은 점이 아쉽다. 점차 늘고 있다고는 해도 미국 등 해외 사정에 비하면 아직 부족한 편이다.
이를 고려해 티브이로직은 처음부터 미국 시장을 주요 공략 시장으로 보았다. 애초에 해외에서도 쉽게 쓸 수 있도록 90~240V 범용 전원을 채택한 것이 그 예다.
캐스트파이7은 국내 온라인 및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 판매될 것이며, 미국은 ‘아마존(Amazon)’ 등의 대형 온라인 마켓을 통해 소비자를 만날 예정이다.
캐스트파이7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오렌더 공식 홈페이지(http://aurendershop.co.kr/product/detail.html?product_no=13&cate_no=26&display_group=2)에서 볼 수 있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