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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한한 벌타·이상한 경기위원 경험 노승열 “비싼 교훈 얻었다”

입력 | 2014-08-27 06:40:00

노승열. 사진제공|나이키골프


■ 함정 단속에 벌타받은 노승열

플레이 규칙 숙지 못한 선수가 1차적 책임
경기위원 목격하고도 도움 안줬다면 잘못
“이번 교훈삼아 플레이오프 최종전 가겠다”

“비싼 교훈을 얻었으니 투어챔피언십까지 꼭 살아남겠다.”

한국남자골프의 ‘영건’ 노승열(23·나이키골프)은 23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리지우드골프장에서 열린 PGA 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1차전 바클레이스 2라운드에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11번홀에서의 일이다. 티샷한 공이 오른쪽으로 크게 휘면서 날아갔다. 티잉 그라운드에선 공이 어디까지 날아갔는지 잘 보이지 않았다. 함께 경기한 그레엄 맥도웰(북아일랜드)과 조지 맥닐(미국)도 러프에 공이 떨어졌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 공은 생각보다 더 멀리 날아가 3번홀 그린에 떨어져 있었다.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으로, 노승열 역시 이런 상황을 처음 맞았다.

플레이 중 공이 다른 퍼팅 그린(Wrong Putting Green)에 올라갔을 때는 공이 있는 그대로의 상태에서 플레이해선 안 된다. 이 경우 공을 그린 바깥쪽(홀과 가깝지 않은 곳)으로 옮겨 1클럽 이내에서 드롭 후 플레이할 수 있다. 골프규칙 25조3항을 적용받으며, 여기서 말하는 ‘다른 퍼팅 그린’은 현재 플레이하고 있는 홀의 퍼팅 그린 외의 퍼팅 그린이다.

노승열은 잠시 착각했다. 이런 상황이 처음이기도 했지만, 경기 중 공이 그린(현재 플레이하고 있는 홀의 퍼팅 그린) 위에 올라가 있을 때 웨지나 아이언을 사용해 플레이하기도 한다. 노승열은 같은 상황이라고 생각했고, 어떠한 의심도 없이 3번홀 그린 위에서 아이언으로 공을 쳐냈다. 만약 벌타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굳이 그렇게 플레이할 이유가 없었다. 구제를 받아 그린 옆에서 플레이하면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규칙에 대해선 누구도 알지 못했다. 노승열의 캐디 데이비드 브룩커는 20년 넘게 투어에서 선수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온 베테랑이었다. 과거 박지은(36·은퇴)의 백을 메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같은 규칙이 있는 줄 전혀 몰랐다. 함께 경기를 펼친 맥도웰 역시 “나도 그런 규칙이 있는 줄 몰랐다”며 노승열을 위로했다. PGA투어닷컴은 ‘특이한 벌타’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만큼 흔하지 않은 상황이기에 누구라도 실수를 할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은 경기위원의 행동이다. 멀지 않은 곳에 경기위원이 있었고, 노승열의 경기 장면을 충분히 목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 경기위원은 노승열의 플레이가 끝나자마자 벌타를 부여하고 자리를 떠났다.

KLPGA 투어 정창기 경기위원장은 26일 “경기위원은 심판이 아니기에 플레이어를 함정에 빠뜨릴 목적으로 단속을 해선 안 된다”며 “특히 플레이어가 규칙을 모르고 저지르는 실수에 대해선 경기위원이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돼 있다. 만약 경기위원이 노승열의 행동을 봤더라면 도움을 줬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린 위에서 그대로 플레이하면 그린에 손상을 입힐 수 있고, 그로 인해 다른 플레이어의 경기를 방해하게 된다. 따라서 경기위원이 이런 장면을 목격하고도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면 그 역시 잘못이다”고 덧붙였다.

노승열이 프로생활을 하면서 규칙을 어겨 벌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승열은 “정확하게 규칙을 몰랐으니 내 잘못이다. 그 대신 비싼 교훈을 얻었으니 플레이오프 최종전까지 나갈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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