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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목은 ‘성과급’ 실제론 ‘n분의 1’… 일 덜해도 똑같이 받아

입력 | 2014-08-27 03:00:00

[국가대혁신 ‘골든타임’]<3>정부, 이보다 더 비효율적일 순 없다
공무원 일할 맛 나게




정부는 경쟁을 통해 공직사회의 생산성을 끌어올리겠다며 1999년 공무원 성과상여금제도를 도입했다. 민간기업의 사원평가제도를 본떠 업무능력에 따라 상여금을 차등 지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성과급을 똑같이 나눠 갖는 관행이 여전하다. 오히려 성과상여금제도가 공직사회의 근로 의욕을 떨어뜨리고 업무 효율성을 저하시킨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 ‘나눠 먹기식’ 성과상여금

올 초 서울대공원 직원 2명이 다른 직원들의 성과급을 걷어 똑같이 나눠 갖다가 적발됐다. 자신이 소속된 부서 직원 40여 명의 성과급 1500여만 원을 현금으로 걷어 이른바 ‘n분의 1’로 나눈 것이다. 문제는 성과급 내놓기를 거부하는 직원들까지도 강제로 동참시켰다는 것. 심지어 ‘협조하지 않는 직원들의 경조사에는 가지 말자’는 식으로 직간접의 압력까지 행사했다. 결국 불만을 품은 일부 직원의 제보로 이 같은 사실이 들통 났다.

서울시와 산하 기관은 매년 직원들의 근무·역량 성과를 평가하고 S·A·B·C 등 4등급으로 나눈 뒤 성과급을 개인별로 지급하고 있다. 가장 높은 S등급(상위 20%)은 기본급의 최대 177%까지 성과상여금을 받고 나머지 A(40%) B(40%) C(2% 내외)등급은 평가에 따라 0∼125% 차등 지급받는다.

하지만 업무평가에 따라 다르게 지급돼야 할 성과상여금이 15년이 지났지만 똑같이 나눠 갖는 공직사회의 편법적 관행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광역자치단체나 자치구, 시군 등 지방 공직사회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 도봉구는 2012년 5급 이하 직원 1100여 명에게 성과상여금 명목으로 27억9600여만 원을 차등 지급했다. 이때 조직적으로 성과상여금을 균등 분배한 정황을 담은 내부 문건이 공개돼 홍역을 치렀다. 작성자가 밝혀지지 않은 문건에는 차등 분배된 성과상여금을 어떻게 재분배해야 하는지 상세하게 설명돼 있었다. 실제로 이 문건처럼 높은 등급을 받은 직원들로부터 성과상여금을 다시 받아 나머지 직원에게 직급과 연차별로 분배하는 꼼수가 확인됐다.

○ 평가 기준, 공정성 애매모호

성과상여금은 보통 5급 이하 직원들을 대상으로 1년간의 근무 평정과 성과급 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2, 3월에 지급된다. 4급 이상 공무원은 연봉제가 적용돼 성과상여금을 받지 않는다. ‘지방공무원 수당에 관한 규정’(6조)과 ‘지방공무원 보수업무 처리지침’에 규정하고 있지만 각 자치단체의 예산 규모에 따라 성과상여금 액수나 등급 비율도 제각각이다.

공직사회에서는 성과상여금제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해서는 강한 불신을 갖고 있다. 공공서비스가 이윤을 추구하는 업무가 아니다 보니 업무 성과를 계량화하기 쉽지 않다는 주장이다.

서울 자치구의 한 관계자는 “평가 기준이 있다 해도 모호하고 윗사람의 입맛에 맞거나 연공서열, 승진을 앞둔 직원에게 더 유리하게 평가되는 것이 관례다. 직원들도 사실상 암묵적으로 수긍하고 있다”며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바에야 균등하게 재분배하는 게 낫다는 직원도 많아 성과상여금제도가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해외도 성과 관련 보수 차등 지급

성과상여금제도는 도입 초기 열악했던 공무원들의 보수에 대한 임금 보전의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나눠 먹기나 평가 기준의 문제점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적지 않았다. 일부 지자체는 지급을 아예 포기하거나 반납 또는 유보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우리나라보다 정부 경쟁력이 앞선 캐나다 덴마크 뉴질랜드 영국 독일 등은 1980년대 이후 성과 관련 보수 또는 인센티브 보수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독일은 공무원 개인성과에 따라 기본급을 96∼104%로 차등 지급하고 있고 영국도 성과평가 결과를 3개의 등급으로 구분해 조직이나 팀, 부서별로 성과급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도 성과상여금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누구나 수긍 가능한 방식의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 우선 현행 성과상여금제도의 룰을 재정비하거나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객관적인 평가 기준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개인이 아닌 기관별, 부서별로 차등 지급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 수천억 적자 내고도 190% 성과급 잔치… 수술 필요한 지방공기업 ‘도덕적 해이’ ▼

임금 가이드라인 구속력 약해… 안행부 성과급 기준 개선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지난해 2938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 2012년보다 1000억 원 가까이 적자폭이 더 늘 정도로 경영 실적이 엉망이었다. 만성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면서도 성과급은 140%에서 190%로 올렸고 임금도 직원 1인당 200만∼300만 원꼴로 인상했다. 인금 인상에 들어간 돈만 157억 원에 이른다.

부산 지하철을 운영·관리하는 부산교통공사도 2012년 1077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부채도 8800억 원에 달했다. 반면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6400만 원으로 28%나 올렸고 사장 연봉도 1억2200만 원으로 169개 지방공기업 중 가장 많았다.

민간기업에선 성과가 없으면 성과급을 받지 못하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지방 공기업은 대규모 적자를 내고도 상상도 못할 정도의 성과급을 받는 일이 다반사다. ‘철밥통’으로 불리는 공무원은 민간 기업 근로자로부터 부러운 시선을 받지만 이들 역시 지방 공기업을 보면 부러운 마음이 들 정도다. 매년 물가상승률에 못 미치는 2∼3%대의 임금만 인상하는 공무원의 처우는 공기업에 비하면 열악하기 짝이 없다. 적자에 아랑곳하지 않고 성과급에 학자금·주택자금 등의 지원금을 펑펑 쓰는 지방 공기업을 바라보는 공무원은 오히려 상대적인 박탈감만 갖게 된다.

지방 공기업의 성과급 잔치는 무딘 회초리 탓이다. 공기업들의 과도한 임금·복리후생 문제를 지적해도 실제 처분은 가벼운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통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지방 공기업의 실상은 더욱 심각하다.

이 같은 현상을 막기 위해 안전행정부는 매년 공기업 경영평가를 통해 부실 지방 공기업에 대해서는 제재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공기업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막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다. 공공기관의 임금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놓고는 있지만 구속력이 약해 유명무실하다.

최근 안행부가 적자 지방 공기업의 직원은 200%, 최고경영자(CEO)는 300% 이상 성과급을 받을 수 없게 경영평가 기준을 개선했다. 경영평가 등급은 가∼마까지 5개 등급으로 나누고 최하인 ‘마’ 등급을 받게 되면 CEO와 임원 임금이 최대 10% 삭감된다.

안행부 고위 관계자는 “지방 공기업의 구조적인 문제 개선을 위해 중장기 경영관리계획을 의무화하고 지방 공기업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경제성과 공공복리 증대라는 기본이념에 더욱 충실할 수 있도록 경영평가 제도도 개선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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