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이기호 소설가
문제는 그놈의 SNS인가 하는,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해서 남편이 손에서 못 놓는, 그 망할 놈의 페이스북, 그 얘기를 하려는 거예요. 댁의 남편들도 다 페이스북 하시나요? 뭐, 많이들 하겠지요. 그게 꼭 나쁜 건 아니잖아요. 세상 사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고, 낯선 사람들과 인맥도 맺을 수 있고….
저도 처음엔 그렇게만 생각했던 게 맞아요. 더구나 남편은 영업직에 가까운 일을 하고 있으니까 그게 다 도움이 되겠거니, 판매의 일환이려니 생각한 거죠. 한데, 그게 좀 처음부터 이상하긴 했어요. 퇴근하고 돌아와서, 우리 가족이 유일하게 함께 모여 식사를 하는 저녁 시간에도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못한 채 혼자 킥킥거리질 않나, 소파에 누워 TV를 보면서도 10분에 한 번꼴로 반복적으로 만지작거리질 않나, 심지어는요 침대에서 자다 깨어나서도 더듬더듬 스마트폰부터 들여다보더라고요. 저는요, 처음에 이 인간이 바람이 났나,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렇지 않고선 저렇게 스마트폰에, 페이스북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죠. 그러니까 저도 그때부터 페이스북을 시작한 거예요. 순전히 남편이 무슨 생각을 하나 감시할 목적으로….
참나, 이런 걸 그 흔한 말로 지랄도 풍년이라고 하나요. 우리 남편은요, 머리가 가늘어서 비가 오는 날을 유독 싫어하거든요. 휴일에 비 오면 칼국수나 파전 같은 것을 먹고 하루 종일 소파에서 뒹구는 위인이죠. 그런 인간이 ‘잊고 산 꿈’ 운운하니, 이게 무슨 산성비를 소방 호스로 잘못 맞았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뿐만 아니에요. ‘IT 계열’에서 일하고 있다, 지구의 미래를 위해 채식을 실천하고 있다 같은 자기소개는 애교로 봐줄 수도 있었어요(남편은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삼겹살을 먹지 않으면 분노 조절이 잘 안되는 사람이에요). 제가 정말 화가 났던 건 거실이나 베란다에서 남편 혼자 셀카를 찍어 페이스북에 올린 후, 그 바로 아래 적어 놓은 글 때문이었어요. ‘홀로 있는 밤은 더디게 흘러간다. 외롭고 긴 시간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게 무슨 뜻이겠어요? 뻔하죠. 엄연하게 가정 있는 인간이 사기 치면서 여자들에게 작업 걸려는 수작이죠. 그 밑에 ‘페친’이라는 여자들이 ‘어머, 오빠 쓸쓸하구나. 힘내세요, 힘!’ 같은 댓글들을 달아놓고, 거기에 남편이 또 달아놓은 ‘그래, 위로해줘서 고마워. 사는 게 캄캄한 밤길을 걷는 것 같네. 언제 술 한잔하자’ 같은 댓글들….
제가요, 그 글들 보다가 열이 나서 홧김에 남편에게 ‘페친’을 신청했어요. 어디 내 앞에서도 그따위 소릴 계속 할 수 있나 보자 하는 심정으로요…. 그랬더니, 이 인간이 어떻게 했는지 아세요? 다음 날 바로 페이스북에서 탈퇴를 했더라고요. 그러면 된 거 아니냐, 그냥 심심풀이로 그런 거 아니냐, 그 정도쯤 이해해 주라 하시는 분들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요, 아직도 마음이 안 놓여요. 페이스북은 탈퇴했어도, 여전히 집에선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는 남편이요. 변기 위에 앉아서도 계속 셀카를 찍어대는 남편. 트위터나 밴드 같은 다른 SNS도 다 뒤져봐야 하는 거 아닐까요? 저도 이러다가 SNS에 중독될 것만 같으니, 이거 어쩌죠?
이기호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