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주는 축복뿐 아니라 시련까지도 기꺼이 즐길 수 있어야 비로소 전원생활이 행복해진다. 장맛비로 강물이 넘치고 있는 시골 모습. 박인호 씨 제공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전원에 산다는 것은 힐링을 넘어 행복 그 자체인 것 같아요.”
얼마 전 지인이 사는 강원도 홍천의 한 전원주택에서 하룻밤을 묵었다는 Y 씨(52). 중소업체 대표로 서울에 살고 있는 그는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매일 전쟁을 치른다고 했다. 잠시 머리를 식힐 겸 들른 산골에서 그는 잠깐이지만 자연과의 순전한 교감을 맛봤다고 한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청량감, 안식은 그에게 벅찬 감동이었다. 그는 머지않은 장래에 전원생활을 하기로 결심하고 준비 중이다.
2010년 가을 홍천의 산골로 들어온 필자 가족은 그해 첫눈이 내리던 날, 눈길에 차량이 미끄러져 전복되는 아찔한 사고를 경험했다(천만다행으로 다치지는 않았다). 또 아침 최저 영하 29도까지 떨어지는 살인적인 한파도 겪었다. 여름과 가을에는 집 주변에 수시로 출몰하는 뱀 말벌과의 전쟁을 치러야 했다. 집 현관 덱과 계단까지 최강의 맹독사인 까치살모사가 침입하기도 했다.
편리한 도시생활이 몸에 밴 많은 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전원생활의 ‘불편한 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어한다. 최악의 경우 다시 도시로 발길을 돌린다.
전원생활 초기 적응기는 낭만보다는 차라리 군대식 극기 훈련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라고 충고하고 싶다. 그 기간은 초기 2∼3년이다. 도시로의 U턴 또한 대개 이 기간에 발생한다. 특히 귀농인보다도 귀촌인이 이런 춥고 외롭고 불편한 전원생활을 훨씬 힘들어한다.
그럼 전원에서의 극기 훈련은 어떻게 통과할 수 있을까. 남자들은 군복무 기간 중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렇다. 자연에서의 삶도 마찬가지다. 각종 불편함까지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그것도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많은 경험 사례를 보면, 시골 정착에 성공한 이들과 실패한 이들을 가르는 것은 결국 전원생활을 즐기느냐 그러지 못하느냐에 달려 있다. 지루한 장맛비와 태풍이 불어도, 폭설이 내려도 그걸 즐길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그런 과정에서도 쉼과 평화를 얻을 수 있다. 초기 2∼3년의 극기 훈련 과정을 무난히 극복하면 전원에 뿌리를 내리게 되고, 5년 정도 지나면 성공적으로 안착하게 된다.
전원생활이란 결국 자연과 인간이 함께하는 삶이다. 자연에 거스르는 것처럼 어리석은 짓은 없다. 자연은 순응하는 인간을 품어준다. 자연에의 순응이 곧 느림의 미학이다. 비록 물질적으로는 부족하지만 자발적인 가난을 받아들이고 안분지족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은 자연이 주는 각종 불편함까지도 기꺼이 즐긴다. 그들은 도시로 돌아가고픈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한다. 현실 그대로의 전원생활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 때 비로소 자연이 주는 진정한 여유와 느림, 힐링, 행복을 맛볼 수 있다.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