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뉴스룸/허진석]‘물폭탄’ 서울에 내렸다면

입력 | 2014-08-27 03:00:00


허진석 채널A 차장

지하차도를 달리던 중 갑자기 빗물이 차를 삼켜 가족을 잃었다면 얼마나 참담할까. 조금 전 인사를 나눴던 딸이 버스째로 물에 휩쓸려 불귀의 객이 됐다면 또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을까. 이번 호우로 부산과 창원에서 실제 일어난 참사다. 우리 재난 예방 시스템이 조금만 더 선진적이라면 막을 수 있는 인명 피해라는 점에서 세월호 참사와 닮았다.

기후 변화로 평균 기온이 1도 오른다고 별것 아니라고 곡해해선 안 된다. 평균 기온은 작은 숫자로 표현되지만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태풍이나 호우, 가뭄 같은 악기상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그게 무서운 거다.

만약 이번 비가 서울에 내렸다면 어땠을까. 1시간에 130mm의 비가 내렸다면 현재의 서울도 감당할 수 없다. 현재 서울시가 감당할 수 있는 호우는 시간당 75mm 정도다. 미래의 서울도 감당하지 못한다. 기후 변화에 대비해 장기적으로 계획하고 있는 감당 기준도 시간당 95mm다. 하수관을 넓히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게다가 시간과 돈도 많이 든다.

기상청은 이번에 단시간에 그렇게 많은 비가 내릴 것을 예보하진 못했다. 예보 기술이 향상되더라도 1시간 미만의 짧은 시간에 내리는 호우를 정확히 예보할 것이라고 기대하긴 힘들다.

재산 피해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인명 피해를 막으려면 이른바 ‘도시 홍수 경보 시스템’이 시급하다.

예보 기술이 100% 정확하다고 치자. 서울 관악산 일대에 시간당 90mm의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나왔다. 관악산 주변의 도림천이나 안양천에서 홍수 피해가 발생할지 미리 알 수 있을까.

도시 홍수 여부를 알려면 하천의 수위와 유량의 관계를 오랫동안 관측해 ‘수위-유량 곡선’을 만들어 두는 게 가장 기본이다. 지금은 그것조차 없는 상태다.

2011년 우면산 사태가 적지 않은 계기가 돼 작년에 서울시가 주도해 서울시립대에 도시홍수연구소가 생겼다. 연구소를 처음 만들 때 기획했던 연구과제 중 비용은 적게 들이면서도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도시하천의 비상대처 계획 수립’이 있었다. 한강에 유입되는 주요 지천인 중랑천 안양천 탄천 홍제천 청계천 등을 대상으로 홍수 범람 시나리오를 구축하는 게 핵심이다. 인명 피해가 없도록 경보 시스템을 갖추는 데 기본이 될 계획이지만 무슨 이유인지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만약에 부산에 내린 비가 서울에 내려 비슷한 인명 피해가 났다면 지금쯤 대비책으로 이런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지 않을까.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의 목숨과 일반인의 생명이 다르지 않듯이 서울 사람과 지방 사람의 가치가 다르지 않다.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국가적인 시스템이 마련되고 있다. 그중에서 으뜸으로 마련해야 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비용과 시간이 적게 드는 도시 홍수 경보 및 대피 시스템 아닐까. ‘만약 이번 호우가 우리가 사는 지역에 내렸다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을 모두가 진지하게 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허진석 채널A 차장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