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텔아비브 이어 아시아선 처음¨ 글로벌 전문가 멘토링 등 창업 지원
순다르 피차이 구글 수석부사장(사진)이 27일 예고 없이 서울을 찾아 기자들 앞에 섰다. 인도 출신으로 2004년 구글에 합류한 피차이 부사장은 안드로이드 모바일 운영체제(OS)와 인터넷 브라우저 크롬, G메일 등을 총괄하는 핵심 인물. 올해 초 마이크로소프트가 새 최고경영자(CEO)를 물색할 때 현 사티야 나델라 CEO와 함께 유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가 방한한 이유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지원 프로그램 ‘캠퍼스 서울’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구글은 이날 피차이 부사장과 존 리 구글코리아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강남구 대치동 오토웨이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영국 런던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이어 세계 3번째이자 아시아 최초로 ‘캠퍼스 서울’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구글은 세 번째 캠퍼스 설립 후보지로 수백 개 도시를 대상으로 스타트업 기업들의 실력, 기업가 정신, 창업 환경 등을 평가한 끝에 서울을 선정했다. 피차이 부사장은 “런던의 성공 이후 많은 도시를 분석했다. 한국은 변화에 익숙하고 80%의 인구가 스마트폰을 쓰고 있을 뿐 아니라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이용하는 많은 창의적인 성과물을 낸 곳”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4월 방한한 래리 페이지 구글 공동창업자 겸 CEO를 만나며 창조경제에 대한 협력 의지를 내비친 것도 캠퍼스 서울 유치에 한몫을 했다.
가장 먼저 설립된 캠퍼스는 2012년 3월 문을 연 ‘캠퍼스 런던’이다. 악명 높은 슬럼가였던 런던 쇼디치 지역을 유럽 최대 정보기술(IT) 클러스터로 바꾼 ‘테크시티(Techcity) 프로젝트’의 주역으로 꼽힌다. 7층짜리 빌딩을 통째로 쓰는 캠퍼스 런던은 전 세계에서 모여든 3만여 명의 창업가들이 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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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274개의 새로운 스타트업을 배출하고 약 583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170개국 350만여 명의 사용자가 가입돼 있는 소셜 번역 애플리케이션을 서비스하는 국내 스타트업 기업 ‘플리토’의 이정수 대표도 이곳을 3개월간 이용하며 성공의 기반을 닦았다.
한편 ‘창조경제’ 정책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 최양희 장관도 이날 간담회에 참석해 캠퍼스 서울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자유로운 스타트업 문화에 맞게 딱딱한 양복 대신 푸른색의 캐주얼한 체크무늬 셔츠를 입고 나온 최 장관은 “구글이 캠퍼스 서울을 세우는 것은 창조경제를 마련하기 위한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는 정부의 인식과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창조경제의 주춧돌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황태호 taeho@donga.com·김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