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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래리 페이지 키워라”… 구글, 서울에 스타트업 캠퍼스

입력 | 2014-08-28 03:00:00

런던-텔아비브 이어 아시아선 처음¨ 글로벌 전문가 멘토링 등 창업 지원




“대부분의 성공적인 제품은 다른 사람들이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고 봤던 독특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됩니다. ‘캠퍼스 서울’은 그런 아이디어에 많은 지원을 할 겁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수석부사장(사진)이 27일 예고 없이 서울을 찾아 기자들 앞에 섰다. 인도 출신으로 2004년 구글에 합류한 피차이 부사장은 안드로이드 모바일 운영체제(OS)와 인터넷 브라우저 크롬, G메일 등을 총괄하는 핵심 인물. 올해 초 마이크로소프트가 새 최고경영자(CEO)를 물색할 때 현 사티야 나델라 CEO와 함께 유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가 방한한 이유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지원 프로그램 ‘캠퍼스 서울’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구글은 이날 피차이 부사장과 존 리 구글코리아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강남구 대치동 오토웨이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영국 런던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이어 세계 3번째이자 아시아 최초로 ‘캠퍼스 서울’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캠퍼스는 구글이 창업가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하는 전용 공간의 명칭. 스타트업을 위한 인큐베이팅이 진행되는 곳이다. 온라인 마케팅, 관련 법률 등 기술 창업에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 대한 멘토링, 투자자와의 만남 등 창업을 위한 지원이 ‘패키지’로 이 캠퍼스 내에서 이뤄진다. 구글의 다양한 플랫폼과 기기도 마음껏 이용해 볼 수 있다. ‘커피를 서빙하는 종업원과 예비 창업가가 이야기를 나누다 공동 창업에 나선’ 사례도 있을 정도로 창업만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다. 아이를 둔 여성의 창업을 독려하기 위한 ‘엄마를 위한 캠퍼스(Campus for Mums)’라는 별도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구글은 세 번째 캠퍼스 설립 후보지로 수백 개 도시를 대상으로 스타트업 기업들의 실력, 기업가 정신, 창업 환경 등을 평가한 끝에 서울을 선정했다. 피차이 부사장은 “런던의 성공 이후 많은 도시를 분석했다. 한국은 변화에 익숙하고 80%의 인구가 스마트폰을 쓰고 있을 뿐 아니라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이용하는 많은 창의적인 성과물을 낸 곳”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4월 방한한 래리 페이지 구글 공동창업자 겸 CEO를 만나며 창조경제에 대한 협력 의지를 내비친 것도 캠퍼스 서울 유치에 한몫을 했다.

가장 먼저 설립된 캠퍼스는 2012년 3월 문을 연 ‘캠퍼스 런던’이다. 악명 높은 슬럼가였던 런던 쇼디치 지역을 유럽 최대 정보기술(IT) 클러스터로 바꾼 ‘테크시티(Techcity) 프로젝트’의 주역으로 꼽힌다. 7층짜리 빌딩을 통째로 쓰는 캠퍼스 런던은 전 세계에서 모여든 3만여 명의 창업가들이 이용하고 있다.  

▼ 강남에 2000m² 규모… 2015년초 문열어 ▼

현재까지 274개의 새로운 스타트업을 배출하고 약 583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170개국 350만여 명의 사용자가 가입돼 있는 소셜 번역 애플리케이션을 서비스하는 국내 스타트업 기업 ‘플리토’의 이정수 대표도 이곳을 3개월간 이용하며 성공의 기반을 닦았다.

내년 초 개관하는 캠퍼스 서울은 오토웨이타워에 약 2000m²의 규모로 들어선다. 캠퍼스 런던과 거의 비슷한 규모다. 다른 캠퍼스와 마찬가지로 창업 지원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네트워크의 장이 마련될 예정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국내에서 접하기 힘들었던 글로벌 벤처 전문가들의 강연이나 멘토링을 직접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구글 창업지원팀’을 통해 캠퍼스 런던 및 캠퍼스 텔아비브에 있는 창업가, 전문가들과 교류의 기회도 얻는다. 피차이 부사장은 “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선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캠퍼스 서울을 통해) 그 어떤 나라보다 독특한 한국의 정보기술이 더 많은 나라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창조경제’ 정책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 최양희 장관도 이날 간담회에 참석해 캠퍼스 서울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자유로운 스타트업 문화에 맞게 딱딱한 양복 대신 푸른색의 캐주얼한 체크무늬 셔츠를 입고 나온 최 장관은 “구글이 캠퍼스 서울을 세우는 것은 창조경제를 마련하기 위한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는 정부의 인식과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창조경제의 주춧돌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황태호 taeho@donga.com·김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