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요환 육군 참모총장이 그제 경기 의정부 306보충대 입영식에서 “입대 동기생들로만 구성한 분대와 소대를 만들어 상하 관계가 아닌 수평 관계의 군 생활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짜에 입대한 병사들끼리 부대를 만들면 부대 내부에 상하 관계가 사라져 가혹행위가 근절될 것이라는 발상이다. 최근 국가적인 과제로 떠오른 병영 혁신의 본질을 비켜가는 포퓰리즘이다. 국가가 필요로 하고, 부모가 안심하고 자식을 보낼 수 있는 군은 강하고도 군기(軍紀)가 바로 선 군대이지, 계급장이 없는 평등 군대가 아니다.
김 참모총장은 “육군이 여러 실험을 하고 있는데 이 제도가 효과가 있어 확대 시행하려고 한다”며 “병사 간에 수평적 관계로 운영하는 것이 최전방 일반전초(GOP) 등의 부대에도 적용 가능한지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군대에서 위계질서와 상명하복이 매우 엄격하게 이뤄져도 대북(對北)경계 및 대응 태세를 효율적으로 이끌어내기 어려운 판이다. 명령이 통하지 않는 동기들끼리 기강을 세우고 강한 전투력을 유지할 수 있겠는지 의문이다.
학교 폭력이 같은 학년 같은 반에서 벌어지듯이 군 동기들 사이에서도 폭력 문제는 일어난다. 육군은 2008년 동기생 부대를 시행했다가 한 병사가 폭언에 시달리던 중 자살하자 반년도 못 돼 폐지한 전례가 있다. 동기들로 부대를 만들면 선임자가 군 복무에 관한 노하우를 전수하기도 어렵다. 일시에 전역하면 전력 공백이 생길 수 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 등 군 수뇌부가 지난주 군 사법제도의 문제점을 논의하기 위해 개최한 간담회에서는 이런 과감한 개혁안이 나오지 않았다. 25일 처음 열린 민관군 병영문화 혁신위원회에서도 옴부즈맨 도입 등은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군 내부의 조직적인 저항으로 병영 혁신이 또다시 동기생 부대 같은 일회성 쇼로 끝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