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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행, 中企전문 금융회사 탈바꿈

입력 | 2014-08-29 03:00:00

[따뜻한 금융, 더 나은 사회]대출 55조… 2017년까지 12조 늘려
우수기술 기업 발굴에도 적극적




강원 춘천시에 있는 ‘베베쿡’은 국내 최초로 이유식과 아기반찬 등 영유아식을 만들어 집까지 배달해주는 사업을 시작한 중소기업이다. 홈메이드 방식으로 ‘당일생산, 당일배송’ 한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연매출 150억 원을 올릴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전국에서 주문이 몰려들고 직원 수가 크게 늘면서 효율적인 회사 운영에 애를 먹고 있었다.

평소 거래를 하던 NH농협은행 춘천시지부는 지난해 9월 이런 애로사항을 듣고 베베쿡에 경영컨설팅을 제공했다. 은행 본점의 컨설턴트들이 회사를 찾아가 인사, 재무관리 등 경영효율화 작업을 도왔다. 아울러 농식품기업 대상 우대금리를 적용해 대출금리도 1.6%포인트 낮춰줬다.

농업인과 서민을 기반으로 성장한 NH농협은행이 기술형 중소기업과 농식품기업 등 중소기업 지원을 전문으로 하는 금융회사로 탈바꿈하기 위해 보폭을 넓히고 있다. 농협은행은 2017년 말까지 중소기업 대출을 지금보다 12조 원 늘려 중소기업과 동반성장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28일 농협은행에 따르면 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8월 현재 약 55조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5%(약 3조 원) 늘었다. 주요 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세다. 2012년 3월 농협은행 출범 이후 기술형 중소기업과 농식품기업을 중심으로 지원을 확대해온 결과라고 은행 측은 강조했다.

농협은행은 2011년부터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 등과 잇달아 금융지원 협약을 맺고 기술형 중소기업 전용 대출상품을 내놓았다. 지난해에는 창업한 지 7년이 넘지 않는 우수기술 보유 기업을 대상으로 ‘기술형 창업중소기업 대출’도 선보였다.

2012년 설립된 벤처기업 ‘오리온이엔씨’도 최근 이 대출을 통해 자금을 지원받았다. 벤처기업으로는 드물게 자체 부설연구소까지 설립해 ‘수질방사능 감시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은행 측은 설명했다. 이처럼 우수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꾸준히 발굴한 덕분에 8월 현재 농협은행의 기술형 중소기업 대출 규모는 1조3000억 원까지 늘었다.

농업, 농촌에 뿌리를 둔 은행답게 농식품기업에 대한 지원도 적극적이다. 농식품기업 대출은 올 들어서만 1조3000억 원 이상 늘면서 대출잔액이 12조6000억 원을 넘어섰다. 농협은행 출범 직전과 비교하면 2년 만에 50% 이상 늘어난 것이다. 농식품기업에 대해서는 대출은 물론이고 창업부터 성장 과정 전 단계에 걸쳐 경영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전문가들이 해결해주는 ‘무료 컨설팅 서비스’도 해주고 있다.

이 과정에 김주하 농협은행장의 ‘발로 뛰는 마케팅’, ‘현장 중심의 소통경영’이 큰 역할을 했다. 올해 1월 초 취임한 김 행장은 4월 한 달간 전국을 돌며 거래 중소기업을 방문했고, 지난달에도 수도권 중소기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잇달아 열어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