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박한이, 한화 정근우, 롯데 황재균(왼쪽부터) 등은 ‘기록’으로 꾸준함을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프로야구는 개근상보다 우등상에 더 박수를 쳐주고 있다.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박한이 1000득점·정근우 9년연속 20도루
안지만 123홀드·황재균 3년 연속 풀타임
대기록 불구 숫자크기에 묻히는 경우 많아
삼성 박한이(35)는 23일 역대 9번째로 통산 1000득점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한화 정근우(32)는 9년 연속 20도루에 성공했고, 롯데 황재균(27)은 3년 연속이자 통산 4번째 전 경기 출전에 도전중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부상 없이 꾸준히 경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냄비처럼 화끈하지 않지만, 뚝배기로 천천히 끓여 깊은 맛이 우러나는 이들의 가치는 결코 가볍지 않다.
● 기록은 꾸준함의 산물
● 선수들은 가치를 안다
실제 삼성 안지만(31)은 6월 15일 대구 두산전에서 홀드를 추가하며 개인통산 123홀드를 달성했다. 종전 122홀드였던 류택현(LG)의 기록을 넘는 부문 최다 기록이었지만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당시 안지만은 “나름 대기록인데 다소 묻혀버린 것 같다”며 씁쓸한 입맛을 다신 적이 있다. 정근우는 역대 최초로 9년 연속 20도루를 달성한 뒤 “(한 시즌에) 20개가 별 거 아니라고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계산을 해보니 9년이면 180개다. 아는 사람은 안다. 큰 부상 없이 꾸준히 잘 해왔다는 증거 같아 개인적으로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3년 연속 전 경기 출장에 도전하고 있는 황재균도 눈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묵묵히 목표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그는 “출장 경기수뿐 아니라 출장이닝에 대한 자부심도 있다”며 “힘들지만 꼭 해내고 싶다”고 주먹을 꽉 쥐어보였다.
● 선수는 사라져도 기록은 남는다
롯데 조성환 전력분석원은 “선수는 언젠가 사라진다. 그러나 기록은 영원히 남는 게 야구”라며 “그런데 한국은 당장 눈앞에서 경기를 뛰지 않으면 대기록을 세웠던 선수들에 대해 금방 잊어버린다. 혹 다시 돌아와도 예년과 같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 퇴물 취급을 한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메이저리그에서 박찬호 선배를 인정하는 이유는 빅리그에서 100승(통산 124승) 이상을 거둔 투수이기 때문이다”며 “기록은 꾸준하게 경기에 나와야만 세울 수 있다. 그에 대해 예우하는 문화가 한국에도 빨리 정착되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