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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 상실 ‘文 단식정치’… 黨내부 “이래서 민심서 멀어져”

입력 | 2014-08-29 03:00:00

[세월호법 대치 새 국면]




세월호 참사 희생자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 씨가 28일 46일간의 단식을 중단하면서 ‘동조 단식’을 해온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도 9일 만에 중단했다.

새정치연합 안팎에선 문 의원이 ‘골수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는 성공했을 수 있지만 대다수 국민의 의중인 ‘민심’은 잃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새정치연합의 장외투쟁 동력도 급속히 떨어졌다.

○ “원래 있어야 할 자리, 국회로 돌아가겠다”

문 의원은 이날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 동부병원에 입원해 있는 김 씨와 만난 뒤 기자회견을 열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특별법에 유족의 의사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행보에 대해선 “원래 제가 있어야 할 자리, 국회를 통해 세월호 특별법을 만드는 그 일, 우리 당의 대열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국회 시작 전, 추석 전에는 특별법 협상이 타결돼 ‘추석 선물’이 되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대선후보까지 지낸 문 의원의 단식을 두고 당내에서도 시선이 곱지 않다. 한 재선 의원은 “한 시민의 단식을 만류하러 갔다가 동조 단식을 시작한 것도 우습지만 그 시민이 단식을 중단한 뒤 따라서 중단하는 것도 우습다”며 “이러니 당이 민심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공개된 조선·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문 의원 단식에 대한 부정적 답변은 각각 69.6%, 64.8%였다. 국민 10명 중 7명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응답한 것이다.

○ 문재인의 1차 목표는 당권?

문 의원은 지난해 11월 대선회고록 ‘1219 끝이 시작이다’ 출간을 통해 여의도 정치에 복귀했다. 그 뒤에도 정치 현안에는 트위터에 단문을 띄우는 등 조용한 행보를 했다. 문 의원이 공개적이고 공격적인 행보를 시작한 것은 세월호 특별법 여야 협상 때부터였다. 여야 원내대표 합의사항이 나올 때마다 거부 의사를 밝혔고, 거리로 달려 나가 재(再)재협상을 요구하면서 ‘단식’이란 극단적 수를 선택했다.

당내에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흔들리는 틈을 타 대여 선명성을 강조함으로써 1차적으로 당권을 통해 대권 헤게모니까지 장악하겠다는 전략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당 관계자는 “문 의원의 단식 시작 전 친노(친노무현)그룹은 차기 전당대회 때 대표 후보로 누구를 띄우느냐를 놓고 논의를 벌였고 문 의원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문 의원의 대변인 격인 윤호중 의원은 “문 의원이 직접 전당대회에 나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결정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호남의 한 의원은 “잠재적 경쟁자인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났고, 손학규 상임고문은 정계 은퇴를 선언한 만큼 당권을 잡으면 대권으로 가는 길도 쉬워질 것이란 생각도 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 DJ “선명 야당은 타협과 협력도 선명해야”

명동서 장외투쟁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왼쪽)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에서 시민들에게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홍보물을 나눠주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장외투쟁 반대’ 연판장에 이름을 올린 서명파 의원들은 28일에도 회동을 갖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연판장에는 15명이 공개적으로 이름을 올렸지만 이날 회동에는 수도권 의원 2명이 추가로 참석했다. 연판장을 주도한 황주홍 의원은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대중 정당, 수권세력의 모습을 갖춰나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명에 참여한 한 의원은 “‘강경파’라 불리는 대다수 의원이 ‘선명 야당’의 뜻을 잘못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1991년 관훈토론회에서 ‘선명 야당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선명 야당이란 반대도 선명해야 하지만, 타협과 협력도 선명해야 한다”고 답변했다는 것. 서명파 의원들은 박영선 원내대표를 만나 △국회 정상화 △세월호 특별법과 민생법안 분리 처리 등을 요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9월 1일로 예정된 정기국회 개회식에는 참석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 중진 의원은 “비판 여론은 높고, 여당과 세월호 유가족 간 세월호 특별법 논의는 진전되고 있고…”라면서 “결국 ‘빈손’으로 국회에 복귀하는 것”이라고 씁쓸해했다.

조수진 jin0619@donga.com·배혜림·한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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