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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 절실한데… 법원-검찰 로비에 번번이 좌절

입력 | 2014-08-29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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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예우나 고액의 변호사 수임료가 문제가 될 때마다 늘 “제도를 바꾸자”는 구호가 등장했다. 그러나 변한 건 없고, 법조계의 오랜 관행을 곱지 않게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도 바뀌지 않고 있다. 여러 원인이 있지만 그동안 사법개혁 과제를 담당해 봤던 전문가들은 대부분 “법원, 검찰 등 힘센 기관들의 감당하기 어려운 로비와 압박”을 꼽는다.

○ 고위 법관-검사장까지 나서 로비

2010, 2011년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는 1년 반에 걸쳐 법원과 검찰, 변호사업계 등 법조 분야 전반의 개혁과제를 논의했다. 사개특위는 근래 가장 치열하게 법조개혁을 논의했고 ‘경력법관제’ ‘전관예우 방지법’을 절충안이나마 관철해 일부 성과도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 또한 초안들에 비해선 너무나 후퇴한 것이 많아 분야에 따라 유명무실했다는 혹평도 있다. 당시 특위는 여야 국회의원 총 20명으로 구성됐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법원과 검찰의 강력한 로비를 개혁이 좌절된 대표적인 이유로 꼽았다.

당시 법원과 검찰은 국회 사개특위를 담당하는 TF팀을 만들어 조직적인 대응에 들어갔다. 대법원의 사법정책실과 양형위원회, 검찰은 법무부 정책기획단 및 대검 기조실이 TF를 이끄는 핵심이었다. TF 멤버들은 특위 활동 기간 내내 국회의원회관을 수시로 순회하며 사개특위 소속 의원들과 보좌관들을 만나 자신들에게 유리한 개혁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설득작업을 벌였다. 고위 법관이나 검사장들까지 나서 각 의원을 밀착 마크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과 검찰은 각각 자기 조직에 우호적인 의원들을 분류해 놓고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판사나 검사 출신 의원들은 친정을 위해 일해 줄 핵심 거점으로 점찍었다고 한다. 이들에겐 공식 회의 때 제공되는 자료 외에 각 기관이 만든 수백 쪽짜리 ‘이면자료’가 건네진다. 당시 사개특위는 법원제도 개혁소위, 검찰제도 개혁소위, 변호사제도 개혁소위 세 분야로 나눠 진행됐는데, 각 소위 논의가 진행될 때마다 자기 조직에 유리한 논리가 펼쳐지도록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 셈이다.

○ “친정 조직 사수해 달라”

문제는 법원과 검찰을 상대로 메스를 들이대려는 요주의 의원이었다. 법원제도 개혁소위에서 “대법관 수를 대폭 늘려야 한다” “판사의 들쭉날쭉한 양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예 법으로 양형 기준을 못 박아야 한다”는 등 사사건건 법원 개혁을 주장했던 A 의원은 지연 학연으로 연결된 B 고위 법관으로부터 “점심을 함께하자”는 연락을 받았다.

A 의원이 점심 자리에 나가 보니 B 판사를 비롯해 법원의 알아주는 주당 법관들이 잔뜩 모여 있었고 대낮에 폭탄주가 수없이 돌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A 의원의 사개특위 활동에 대해 집요한 설득과 회유가 계속됐다. 만취한 A 의원은 오후 4시 반에야 국회의원회관에 실려 가다시피 했다. 그 후 거칠게 법원을 공격했던 A 의원의 발언 수위는 한 단계 내려갔다고 한다.

검찰의 로비 방법은 더 은밀하고 강력했다. 당시 18대 국회에선 집권여당인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 검사 출신 의원들이 상당히 많아 법원에 비해 검찰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활동 영역을 구축했다. 사개특위 논의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던 당시 박희태 국회의장, 여당 대표를 이어서 맡은 안상수 홍준표 대표 등이 모두 검찰 출신이었다. 직접 사개특위에 참여했던 장윤석 주성영 이한성 박민식 주광덕 의원 등 검찰 출신이 곳곳에 포진해 있었다. 특히 당시엔 박희태 의장을 좌장으로 한 검사 출신 국회의원 모임이 있었는데 검찰은 직간접으로 이 모임에서 “친정 조직을 사수해 달라”는 로비를 했다고 전해진다.

○ “동료 의원이 개혁 방해, 그 뒤엔 검찰 법원이…”

당시 사개특위에 참여했던 전현직 의원들은 법원과 검찰, 변호사 업계, 경찰의 집단이기주의가 극심했다고 지적했다. 사개특위 여당 간사를 맡았던 주성영 전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법조개혁이 어렵다고 생각했던 개혁의 장애요인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민감한 개혁과제를 논의할 때마다 동료 의원의 반대가 극심했는데, 그 반대의 배후에는 항상 법원과 검찰이 있었다”고 말했다. 의원들의 배후에서 법원과 검찰이 안건을 조정하는 일이 예사였고 은근한 협박까지 했다는 것이다.

한 전직 의원은 “해석의 여지가 많은 정치자금법이나 선거법 때문에 의원들은 항상 교도소 담장 위를 걷고 있다”며 “검찰이 뭐든 털면 털리지 않을까, 법원이 당선무효형을 때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이들 앞에 서면 어느 의원이든 잠재적 범죄자가 된다”고 털어놨다. 당시 사개특위에 참여했던 손범규 정부법무공단 이사장(전 한나라당 의원)은 “좋게 말하면 의견 제시지만 나쁘게 말하면 집단이기주의, 기득권 수호를 위한 노력이 상당했다”며 “법원과 검찰 등 법조계의 순혈주의적 이기주의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고 말했다.

최우열 dnsp@donga.com·조건희 기자
신지현 인턴기자 서울대 소비자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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