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평가 찬성 42.4%-반대 40.7%
정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과목을 절대평가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고교 현장에서는 이 정책이 사교육 경감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교생과 교사들은 정부가 대입 정책을 바꾼다고 해도 사교육 감소로 이어지지 않을 거라는 불신이 팽배한 것으로 조사됐다.
동아일보와 한양대 대입전형연구개발(R&D)센터는 리서치앤리서치(R&R)에 의뢰해 전국 고교생 400명, 학부모 400명, 교사 224명을 대상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입시 정책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항목은 수능 절대평가 전환,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 대입 전형 간소화 등 20가지 항목이다. 8월 13∼18일 진행된 이번 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06%포인트다.
수능 영어를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에 대한 의견은 찬성(42.4%)과 반대(40.7%)가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하게 갈렸다. 다만, 교사들은 상대평가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52.7%)이 절대평가 전환 의견(42.0%)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영어 사교육이 다소 줄어든다 해도 풍선효과로 다른 과목의 사교육이 늘고, 특히 수학이 입시를 좌지우지하게 되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이들도 많다.
박경택 서울 배문고 수학 교사는 “영어에서 변별력이 떨어지면 수학과 국어로 사교육 시장이 이동하고, 사회나 과학 비중까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석훈 인천 하늘고 교감은 “대학들은 영어 실력 평가를 수능으로 못하면 학생부로 할 가능성이 높다. 고교가 내신에서 영어 성적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오히려 어학연수나 조기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더 유리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이 도입되는 상황에서 수학의 영향력이 더 커지면 문과 성향이 강한 학생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배영찬 한양대 입학처장은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이 시작되면 학생들의 학업 부담이 커질 텐데 영어 절대평가로 효과를 거둘 수는 없다”면서 “차라리 문·이과 통합에 맞춰 수능 모든 과목을 절대평가하는 방법을 검토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