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민 감독, 100억 수익 거뜬할 듯

흥행에 성공한 감독들이 제작사를 차리는 이유는 다양하다. 이름값 덕에 투자 유치가 쉽고, 흥행 수익을 나눌 때도 유리하다. 봉준호 감독은 ‘살인의 추억’에서 함께 각본을 맡은 인연으로 심성보 감독이 연출한 ‘해무’(사진)의 제작을 맡았다. 동아일보DB

2012년 빅스톤픽쳐스를 설립한 김한민 감독은 첫 제작 영화이자 직접 연출한 ‘명량’으로 초대박을 터뜨렸다. 연출만 맡았던 전작 ‘최종병기 활’(747만 명)보다 두 배 이상의 관객을 모은 것은 물론이고 한국 영화 흥행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제작사가 거둘 수익은 1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영학과 출신의 김 감독은 기획과 펀딩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감독은 “연출에만 집중하는 감독도 있지만 내 경우 예산을 파악한 후 어디에 집중할 것인지 우선순위를 두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 제작자보단 감독
‘군도’의 윤종빈 감독 역시 제작자로서는 “기대치에 못 미쳤다”는 평가를 듣는다. 윤 감독이 제작과 연출을 맡은 ‘군도’는 477만 명이 들었다. 지난해 윤 감독이 연출만 맡았던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472만 명)와 비슷한 스코어. 하지만 흥행에 성공한 ‘범죄와의 전쟁’에 비해 두 배 넘는 제작비(170억 원)를 쓴 ‘군도’는 간신히 손해를 면한 수준이다.
‘미녀는 괴로워’(661만 명) ‘국가대표’(848만 명) 등을 흥행시킨 김용화 감독도 첫 제작 영화에선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김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200억 원의 제작비를 투입한 영화 ‘미스터 고’는 전작들의 3분의 1도 안 되는 관객(133만 명)이 들었다.
일부 감독은 연출한 영화보다 제작한 영화에서 ‘대박’을 터뜨리기도 한다. 과거 공포영화 ‘분신사바’ 시리즈를 연출한 안병기 감독은 강형철 감독의 ‘써니’와 ‘과속스캔들’을 제작해 각각 700만 명, 800만 명의 관객을 넘겼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감독 겸 제작자’의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김봉석 영화평론가는 “할리우드의 성공한 감독들 중엔 제작을 겸하는 경우가 많다. 기획력 있는 감독이라면 직접 제작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편장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는 “감독이 하는 창작과 제작자가 하는 기획과 펀딩은 전혀 다른 일이라 위험도 크다”면서 “최근에는 스타 감독 제작사에만 투자가 몰리다 보니 다른 제작사들이 어려움을 겪는다”고 지적했다.